탈원전의 굴레… 한전 올 1분기 최대 5000억 영업적자 날 듯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입력 2019.05.13 03:06 | 수정 2019.05.13 16:36

    내일 실적 발표… 탈원전후 작년 3분기 빼고 줄줄이 적자

    14일 실적 발표를 앞둔 한국전력이 올 1분기 5000억원대의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2015년 이후 분기별 1조~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탈원전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1294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작년 3분기를 제외하고 올 1분기까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 적자의 주된 이유는 과거 대비 여전히 낮은 원전 이용률에다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연료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금 같은 탈원전 정책 기조하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는 이상 한전의 경영 상태가 개선될 여지가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전의 적자 폭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전기 생산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서 대기업만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 늪에 빠진 한전

    SK증권은 올해 1분기 한전이 3556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전의 영업 적자는 전력 구입 단가 압박과 낮은 원전 이용률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현대차증권은 올 1분기 한전의 영업 적자가 314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한전의 1분기 영업 적자가 5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한전 분기별 영업이익
    /한전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8%로 전년 동기(54.9%) 대비 20.9%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과거 통상 원전 이용률이 80~85%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한전은 전년보다 높아진 원전 이용률을 감안하면 올해는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대규모 적자가 나타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한전은 2018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원전 이용률은 77.4%로 보는데 이 정도면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라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하락세로 돌아섰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분기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12월 배럴당 57.32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올 들어 계속 올라 3월 말 66.94달러, 4월엔 70.94달러까지 치솟았다. LNG나 석탄 발전 등의 경우 전력 생산 비용이 그만큼 올라 한전의 적자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불붙는 원가 공개 논란

    정부가 누진제 개편 등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 생산 원가 공개 논란도 불붙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 인식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 방안'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는 "한전이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전 내부에서도 원가를 공개하자는 주장이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기요금이 생산 원가보다 싼 상황에서 연료비나 송·변전 비용 등 원가를 공개하고, 그에 적절한 전기요금을 부과해야 경영이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가 공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전이 그동안 용도별 원가 공개를 하지 않은 이유도 자칫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6년 산업조직학회는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산업용이 114.2%로 가장 높고 주택용 106.9%, 교육용 74%, 농사용 42.1%란 자료를 낸 바 있다. 산업용과 주택용은 원가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반면 교육용과 농사용은 원가보다 낮은 비용을 낸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도 제주도는 원전 등 대규모 발전시설이 없고 육지에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육지보다 비싸다. 또 농어촌 지역은 송·변전망이 촘촘히 구축된 대도시보다 송·변전 비용이 비싸다. 원가대로라면 제주도나 농어촌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비싼 요금이 부과돼야 한다. 그러나 주민 반발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역별로 요금이 차등 부과되지는 않는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탈원전 기조 속에서는 한전의 적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럴 경우 전기요금 인상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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