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갈길 먼데"…2기 신도시의 '질투'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9.05.08 06:07

    "2기 신도시도 갈 길이 멀었는데 무슨 3기 신도시랍니까. 자립형 신도시라면서 교통 인프라도 깔리지 않아 서울 직장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에 시달려야 하는데 3기 신도시가 곱게 보이겠습니까?"

    7일 정부가 경기도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을 3기 신도시 신규 택지 후보지로 추가 지정·발표하자, 2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주택 30만가구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준 고양시장,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김현미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장덕천 부천시장. /연합뉴스
    2003년부터 개발된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남 천안·아산의 아산신도시, 대전 서구·유성구 도안신도시 등 충청권 2개 지역 등 총 12곳에 조성됐다.

    2기 신도시는 정부 발표 이후 집값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반대로 미분양이 넘쳐나는 양극화 현상을 겪었다. 그러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내놓은 뒤로 3기 신도시의 입지여건이 2기보다 낫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의 경우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린 반면 교통 등 인프라를 제때 개선하지 않은 데다 기업 유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서울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3기 신도시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2기 신도시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 늘리면 다인가"…"집값 떨어질라"

    2기 신도시 중에서도 인천 검단·경기 김포 신도시의 불만이 크다.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로 불렸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는 현재 미분양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약 7만4000여가구를 조성해 일산 신도시급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 지역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검단신도시가 포함된 인천 서구의 미분양 물량은 올해 3월 기준 1386가구로, 인천시 전체 미분양 물량(2454가구)의 56%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서구의 미분양 물량은 1월 295가구, 2월 739가구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검단 신도시 지역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파트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3기 신도시 발표와 맞물리면서 검단신도시 미분양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지난 2월 분양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1439가구 모집에 1154명이 청약 신청하는데 그치며 미달됐다. 2순위 분양을 통해 공급 가구 수를 채웠으나, 1·2순위를 합친 최종 평균 경쟁률은 1.04대 1에 그쳤다.

    서울 강서·강북권 주택 수요 대체를 위해 조성된 2기 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주변 3기 신도시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김포국제공항과 가까운 ‘부천 대장지구’를 3차신도시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부천 대장지구에 김포공항역과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S-BRT를 설치하고 청라BRT를 S-BRT와 연계해 연결해 서울까지 30분대에 출근할 수 있는 교통대책도 내놨다.

    이러다 보니 김포 주민들 사이에선 김포한강신도시가 부천 대장지구에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7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고양시 창릉동(왼쪽 사진)과 부천 대장동(오른쪽 사진) 일대 모습. 정부는 이날 현재 논, 밭, 비닐하우스 등이 있는 이곳 그린벨트 지정을 풀어 각각 3만8000가구, 2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3기 신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선DB·연합뉴스
    ◇"2기 신도시 외면해선 안 돼"
    2기 신도시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에는 개발 수혜가 적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깔려 있다. 실제로 2기 신도시 중에서도 교통망에 따라 지역별 희비가 엇갈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2기 신도시 중에서도 파주 운정, 양주, 동탄 등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착공에 따라 서울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교통 편의가 상승하는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며 "이 지역의 경우 3기 신도시 계획 및 도시철도개발계획 추진과 함께 서울·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인천 검단 등은 2기 신도시 중에서도 교통 열세 지역으로 분류된다"며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2·3기 신도시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교통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 고용 창출 등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고준석 교수는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 계획은 모두 서울과의 접근성, 시간대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 검단은 주택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미분양 우려가 있다"며 "검단 지역의 문제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기 신도시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못 받았다"며 "2·3기 신도시가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부 계획대로 신도시에 고용 창출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분당처럼 기업이 들어서고 고용이 함께 일어나야 진정한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미분양과 도시침체 등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 3기 신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2기 신도시를 소외해서는 안 된다"며 "2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하고 제대로 예산을 투입해 도시를 살려야만 서울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고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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