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스타트업] "'유학 보낼 돈 없어 자식 영어 못한다'는 말은 없어져야죠"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9.05.06 06:00

    영어와 거리가 멀었던 전주 청년 이승훈은 2001년 서울대에 입학한 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방과 달리 서울엔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살아본 친구가 많았다. 중고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만으로 그들의 영어를 따라잡긴 역부족. 취업을 앞두고 급한 마음에 전화 영어 수업도 들어봤지만 큰 도움이 안 됐다. 외국계 투자 은행처럼 영어를 많이 보는 회사들은 번번이 퇴짜를 놨다.

    "영어가 항상 발목을 잡더군요. 외국계 회사들은 일상 회화를 넘어 영어로 업무가 가능한 지원자를 원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영어를 익혔는데, 왜 안 될까. 회의감이 들더군요."

    이승훈 링글 대표. /박원익 기자
    그가 영어 교육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 건 이 대목이었다. ‘영어를 자유롭게 하려면 꼭 미국에 가야 하나’, ‘우리나라에선 비싼 조기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문제는 분명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회사는 없었다.

    영어 교육 스타트업 ‘링글’은 그렇게 탄생했다. 처음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심정이었다. "2014년 스탠퍼드대 MBA에 진학했는데, 여기서도 영어가 저를 괴롭히더군요. 결국 같은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던 MBA 동기 이성파 공동창업자와 이듬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적어도 ‘자식 해외 보낼 돈 없어서 영어 못 가르쳤다’는 탄식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 싶었죠."

    링글이 수많은 영어 교육 업체와 다른 점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막연한 회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수강생이 토론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돼있다. 이를테면 원어민 교사와 화상으로 대화하며 함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있다. 영어 이메일, 에세이를 실시간으로 교정받는 것도 가능하다.

    화상 영어 수업에 구글 독스를 접목한 게 묘수였다. 구글 독스는 구글이 개발한 웹 기반 문서 도구다. 별도의 설치가 필요 없고 동시에 여러 명이 같은 문서에 접속해 내용을 작성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수강생이 자신의 영어를 교정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링글 홈페이지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미리 준비된 교재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프로풋볼(NFL), 아마존, 창업, 해외 유학 등 다양한 주제 중 원하는 걸 고르면 토론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미국 대학·대학원 수업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강사는 미국 하버드대 원어민 재학생으로 구성했다. 인문학 소양이 풍부해 토론 수업에 적합하고, 우리나라에서 실시간으로 수업을 듣더라도 시차 문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수업을 운영해 보니 자유 주제로는 대화가 깊어지지 않더라. 그래서 미리 정해둔 주제를 선택해 토론하거나 교정이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올릴 수 있게 했다"며 "1회 강의 시간을 40분으로 정한 것도 이용자 만족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짧은 시간 동안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제품·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경영 기법)’ 방식을 도입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특히 원어민이 아닌 사람 중 영어로 공부하거나 영어로 일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체험 수업 완료 후 유료 강의로 전환하는 비율이 50%에 달했다. 이 대표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은 11월부터 했는데,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며 "현재 일주일 기준으로 유료 수업이 1000개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회당 평균 수업단가(3만8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매출이 1억5000만원 수준. 이용자 75%는 한국에 거주 중인 내국인, 25%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며 벌써 30개국에서 링글을 사용하고 있다. 직원 수는 10명, 원어민 튜터는 100명가량이다. 이 대표는 "현재 30억원 규모로 시리즈 A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 유치가 완료되면 타깃 고객을 한국인에서 아시아인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링글 팀 멤버. /홈페이지 캡처
    이 대표의 목표는 돈을 썼으면 원하는 바를 달성하게 해주는 영어 교육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비영어권 중고등학생을 위한 영어 교육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시아에서 영어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언어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공교육의 보완재가 되겠다는 포부다.

    "‘(강의를)더 자주, 더 많이, 더 싸게 이용하게 하자’가 요즘의 모토입니다. 실제로 링글은 이용자 증가에 맞춰 강의 단가를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작년엔 1회당 5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4만원 이하로 내려갔죠. 우버나 넷플릭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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