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진에어 제재 10개월… 끝 안보이는 국토부 뒤끝?

조선일보
  • 채성진 기자
    입력 2019.05.02 03:07

    신규노선 배정·항공기 등록 못해… '물컵갑질' 당사자 떠난지 1년 넘고
    경영개선 보고서 6번 제출했지만 국토부, 접수만 하고 묵묵부답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한국과 중국 간 국제항공편 신규 노선 배정을 하루 앞둔 1일. 저비용 항공사(LCC) 진에어의 한 간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쟁 LCC들은 한·중 신규 노선을 따내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운항 계획과 강점을 소개하는 최종 설명회 준비에 한창인데, 진에어는 참석해달라는 공식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지난달 노선 신청 서류는 제출했지만, 최종 설명회에 오라는 얘기조차 없어 사실상 탈락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씁쓸해했다.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와 '물컵 갑질' 논란 등으로 국토부로부터 신규 노선 허가 및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조치를 당한 후 10개월째 '왕따' 신세다. 작년 하반기에 들여올 예정이던 B737 4대의 도입도 무산됐다. 진에어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지 1년이 넘었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독립 경영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됐는데, 뭘 더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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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에어 측은 "국토부는 '경영 문화를 개선한 결과물을 가져오면 제재를 풀어주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내부 비리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개선 조치를 담은 보고서를 국토부에 여섯 차례나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접수만 할 뿐 '무엇이 문제이고, 뭘 어떻게 바꾸라'는 식의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진에어는 '골병'이 들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620억원)이 전년보다 35% 급감했고, 특히 4분기에는 220억원 영업손실까지 냈다. 진에어 노조는 지난달 "국토부는 더 이상 정치논리에 좌고우면하지 말라"며 김현미 장관에게 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임직원들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사옥에 '진에어는 더 높이 날고 싶습니다! 김현미 장관님 제재를 풀어주십시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에는 직원 6000여 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국토부에 냈다.

    항공업계에서는 "기한 없는 고무줄 제재에 진에어가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국토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항공사 임원은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제재하라는 신호만 있었지, 풀어주란 신호를 누구도 내리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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