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 감소율이다. 2017년 7조7000억원이던 공공기관 당기순이익은 1년 만에 1조1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6년에 비하면 2년 만에 14조3000억원, 이익의 93%가 증발한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이명박 정부 때 정부 사업에 공공기관이 무리하게 동원돼 적자를 냈던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은 2011년 8조7000억원, 2012년 1조8000억원 등 만년 적자를 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한 뒤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부 때 자원 외교, 산업용 전기료 인하, 4대강 사업 등으로 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이 무더기 적자를 내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국민에게 부담을 안긴다"며 정부를 맹비난했었다. 그러나 10년 뒤 여당이 되자 공공기관을 정부 정책에 동원해 수익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순이익이 급감한 직접적인 원인도 '탈원전'과 '문재인 케어'라는 문재인 정부의 양대 정책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전력 구입비가 상승하면서 한국전력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조441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조1745억원 적자로 2조6159억원 감소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8618억원 흑자에서 1020억원 적자로 전환하며 이익이 9638억원 줄었고, 한전 산하 5대 발전 자회사도 이익이 6415억원 감소했다. 탈원전 때문에 에너지 공기업 이익이 4조2221억원 감소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도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7년 3685억원 흑자를 냈으나 2018년에는 3조8954억원 적자를 내며 이익이 무려 4조2638억원 감소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일부 공기업은 전년에 비해 이익이 개선됐지만, 탈원전과 문재인 케어에서 워낙 큰 적자가 나면서 전체 공공기관 당기순이익 감소를 막을 수 없었다.
민간기업이라면 이런 대규모 적자에 인원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정상이지만, 공공기관들은 오히려 인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민간 일자리 감소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에 신입 직원 채용을 독려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16년에 비해 이익이 8조원 넘게 줄었는데도 직원 수는 2000명 이상 늘었다. 마사회는 비정규직 1900여명을 한꺼번에 정규직화하면서 2016년 1120명이던 임직원 수가 2019년 1분기 현재 3152명으로 세 배로 늘었다. 지난해 마사회의 당기순이익은 399억원 감소했다.
이런 현상이 전(全) 공공기관에 걸쳐 일어나면서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한 인원만 전년 대비 50% 늘어난 3만4000명에 달했다. 전체 임직원 수는 2016년 이후 8만명 이상 늘어 올해 1분기 말 현재 40만명을 돌파했다.
수익성은 악화되는데 부채와 복리후생비 지출은 늘어나며 공공기관 비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공공성 우선'을 내세우며 아무 대책이 없다.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공공기관 성과급제를 적폐로 몰아 중단시킨 뒤 대안으로 내세운 직무급제는 노조 반대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등 정부의 여러 정책 실패가 공공기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보수 정권의 공기업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으니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