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11년간 160곳 사라져…"밥값도 못 벌어" vs "주차장 부족"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5.02 06:00 | 수정 2019.05.02 16:51

    지난 2008년 1만1000개에 달하던 남대문시장 내 점포는 2017년 5493개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박용선 기자
    "매일 손해를 보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가게 문을 못 닫고 있습니다. 벌써 4년째에요."

    지난 4월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숙녀복을 판매하는 점포가 모여 있는 대도아케이드 상가에 들어서자 매장 곳곳에 ‘임대 문의’라고 적힌 A4 용지가 붙어 있었다. 15년간 이 곳에서 장사를 한 서모(58)씨는 "하루에 옷 한벌 파는 것도 힘들다"며 "하루 장사를 하려면 차비 3000원과 밥값 6000원이 필요한데 이 돈도 못 버는 날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바로 옆 점포 주인은 "손님이 너무 없어 점포를 내놓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남대문시장 중앙거리에서 30년간 가죽점퍼, 신발 등을 판매한 안모(52)씨는 "2015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4년 전에는 하루에 50만원은 벌었는데 지금은 20만원도 못 번다"며 "젊은이들이 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장사가 안 되자 점포 문을 닫는 시간도 빨라졌다. 과거 오전 9시에 문을 열면 오후 9~10시는 돼야 하루 장사를 마무리했는데, 지금은 오후 7~8시면 점포 문을 닫는다.

    ◇ 11년간 전통시장 160곳 사라져

    2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06년 1610곳에서 2017년 1450곳(무등록 시장 제외)으로 줄었다. 11년간 160곳의 전통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 수(주인 포함)도 줄었다. 2008년 한 점포에서 1.7명이 일했는데, 2017년 1.4명으로 감소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3대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남대문시장의 경우 2008년 1만1000개에 달하던 점포가 2017년 5493개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 시장 상인 수(점포 주인, 종업원)도 1만2470명에서 8935명으로 줄었다. 신재립 남대문시장 상인회 회장은 "남대문시장의 시설은 다른 시장과 점포에 비해 10년 정도 노후화됐다"며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건물주와 상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주요 전통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최대 수산물시장인 부산 자갈치시장은 점포 수가 2008년 355개에서 2017년 320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광주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은 380개에서 271개로 감소했다.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유통 트렌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이 세련된 공간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 컴퓨터, 모바일로 제품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도 한몫했다.

    ◇ 정부, 전통시장 지원했지만 ‘역부족’

    이런 상황을 정부가 손 놓고 바라만 본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주차공간을 지원하는 등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펼쳤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직접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전용 상품권)도 발행했다. 이를 위해 2006년 1473억원을 투입했고 매년 금액을 늘려 2016년에는 3609억원을 썼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중기부가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4조9000억원에 달했던 전국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6년 21조8000억원으로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조사한 2017년 전통시장 실태보고서를 보면 상인들은 여전히 고객주차장, 자전거보관함, 물품보관함, 공동물류창고, 유아놀이방, 고객휴게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구는 줄고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시설 지원은 물론 소비자가 전통시장에 놀러와 그 지역 음식과 문화를 즐기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관광,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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