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미슐랭 별' 받은 CJ 고급식당은 왜 문닫았나

조선비즈
  • 유윤정 유통팀장
    입력 2019.04.29 06:00

    얼마 전 찾은 서울 청담동 고급 일식당 ‘우오스시’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층 통유리 안으로 고급 장식품을 뜯어낸 회색 벽과 흙으로 된 바닥, 엉클어진 전기줄이 보였다. 건물 관리인은 "3월말 우오스시가 문을 닫았다"면서 "새로운 입점업체를 구하지 못해 현재 공실 상태"라고 전했다.

    우오스시는 CJ제일제당이 운영하던 고급 일식당으로, 최근 2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다. 현지 정통 일식집을 표방한 이 곳의 음식 가격(1인당)은 런치 오마카세(주방장 특선요리)가 10만원, 디너 오마카세가 20만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해외에서 온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거나, 유명인들의 상견례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문제는 지난해 불거졌다. 우오스시에서 고급 그릇에 담아 제공한 밥이 전자렌지에 데운 ‘햇반’이라는 사실을 손님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손님이 항의하자 직원도 인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손님들은 일본에선 작은 식당에서도 솥에 정성껏 직접 지은 밥을 주는데, 이런 고급 식당에서 인스턴트 밥이 나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의 고급 음식점에서 전자렌지에 데운 즉석밥을 내놓은 것은 누가봐도 문제가 있는 행위였다.

    그러나 우오스시를 운영하던 CJ제일제당이 내놓은 해명은 뜻밖이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은 영양과 맛 측면에서 즉석에서 직접 지은 밥보다 못할 것이 없다"면서 ‘햇반 예찬론’을 폈다. 또 몇 시간 전에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어 보온 상태로 둔 밥보다 햇반이 낫다고 했다. 심지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직접 밥을 짓는 것보다 햇반을 내놓는 것이 식당 입장에선 더 비싸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예찬’은 소비자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햇반은 품질이 우수할지 모르지만 다수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싱글족이나 업무에 바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분위기 있는 고급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사건 발생 후 6개월만에 CJ제일제당은 이 고급식당의 폐점을 결정했다. 밥이 햇반임을 숨기고 제공하던 우오스시가 "햇반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식당을 운영했던 CJ제일제당은 물론 CJ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우오스시를 최고의 식당으로 추천한 미슐랭 가이드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미슐랭 가이드는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을 기준으로 식당을 평가하고 있다. 미슐랭 기준대로라면 우오스시는 풍미의 완벽성, 변함없는 일관성 두 기준에 미달한다. 그럼에도 이 곳은 ‘2019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고, 결국 손님들의 외면을 받아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은 생각만큼 둔하지 않다. 고급 그릇에 담겨있다 해도 인스턴트 밥과 방금 솥에 지은 밥의 맛 차이는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눈속임이 소비재 기업에서 종종 발생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언젠간 들통난다는 것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한 고객은 그만큼의 가치를 누리길 원한다. 고객을 속이는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