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A 추락’...日 항공산업 ‘최고’ 자부심·경제적 실익 모두 잃어

조선비즈
  • 계동혁 군사칼럼니스트
    입력 2019.04.27 10:00

    [이코노미조선]

    4월 9일 저녁,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A 전투기 한 대가 아오모리현(青森県) 미사와시(三沢市) 동쪽 약 135㎞ 지점에서 야간훈련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추락과 조종사 사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더욱이 사고 기체가 일본에서 제작된 첫 번째 F-35A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충격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던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의 기술력과 신뢰, 나아가 F-35A의 면허생산 능력까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일본 항공자위대는 보유 중인 나머지 F-35A 12대에 대한 비행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세계 각국의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만약 사고 원인이 기체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F-35 계열 모든 기체의 비행이 중단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최종적으로 105대의 F-35A를 도입할 예정이며 일본에서 면허생산된 F-4EJ改 및 F-15J 초기형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항공자위대
    ◇쉽지 않은 사고 원인 규명

    하지만 사고 원인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사고 기체의 블랙박스는 물론 조종사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블랙박스를 회수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일본이 직접 확인해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왜 그럴까?

    F-35에 대한 미국의 최첨단 항공우주 군사기술 보호정책으로 인해 일본산 부품과 장비의 면허생산과 사용에 제약이 있는 것은 물론 단순 조립과정에서조차 지나칠 정도로 기술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측 관계자는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완성된 기체의 최종 점검 및 성능 검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 대다수는 미국의 지나친 기술 통제가 사고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고마키미나미(小牧南)공장에서 조립됐던 F-35는 부품 대부분이 블랙박스화해, 기술 이전이나 기술 습득은 고사하고 이 부품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 조립이 완료된 이후에도 별도의 검사 공장으로 이동해 일본 측 관계자 없이 미 공군, 록히드마틴 기술자 등 미국 측 관계자만 입회한 가운데 최종 검사가 실시됐다.

    ◇허울뿐인 F-35A 국내 면허생산

    국내 생산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수입한 것은 물론 조립 후 완성된 기체의 최종 검사에서도 일본 측 항공우주 관계자가 배제됐다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F-35A 면허생산과 관련된 미·일 관계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록히드마틴의 파트너가 아닌 단순 하청업체일 뿐이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조짐이 보였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일본 NHK는 일본 최고 감사기관인 회계검사원(會計檢査院)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이 도입하려는 F-35A에 일본산 부품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NHK는 회계검사원이 "2013년 주문한 F-35A 두 대에 일본산 부품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 현재 일본에서 면허생산 중인 네 대에도 일본산 부품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일본의 F-35A 면허생산은 전면 중단된 상태이며 이번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더라도 면허생산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는 F-35A 국내 면허생산을 통한 최첨단 기술 습득 및 국내 항공우주 산업 육성을 위한 파급 효과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번 F-35A 추락 사고로 인해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항공우주 기술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은 F-35 면허생산 과정에서 미국에 의해 철저히 부정됐다. 미국은 F-35 면허생산 과정에서 일본의 첨단기술 습득을 원천 차단한 것은 물론 F-35와 관련된 기술을 엿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실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이번 F-35A 추락 사고의 원인 분석과 규명에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정보가 암호화돼 블랙박스 분석조차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 그 정보를 일본 측에 공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미국이 F-35 관련 기밀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들고나왔다. 지난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F-35 엔진 등 부품과 미사일 제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기밀을 해제할 의향이 있음을 일본 방위성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방위성은 미국 측 제안의 수락 여부를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올해 안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안은 이번 F-35A 추락 사고로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서둘러 진화하려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제공하겠다는 기밀 정보의 양이나 질 역시 진위 확인이 어렵고 향후 일본의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제안이 역설적으로 그동안 얼마나 극심한 기술 통제가 F-35A 면허생산 과정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라며 날을 세웠다. 결국 최고라는 자부심도, 경제적 실익도 모두 잃었다는 일본 항공우주 산업 분야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사고는 그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 항공우주 산업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Keyword

    F-35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갖춘 최신예 전투기. 스텔스 기술과 최첨단 레이더, 항공전자장비의 조합으로 5세대 전투기의 기준이자 상징으로 불린다. 미국 국방부의 미 공군·해군·해병대 공통 전투기 개발 계획에 따라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했다.

    형상과 임무 수행 조건에 따라 가장 기본형인 공군용 A형과 파생형인 해군용 C형, 해병대용 B형이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1월 항공자위대 미사와 기지에 F-35A를 처음 배치했으며, 올해 3월 F-35A 운용을 위한 제302 비행대대를 신설했다. 일본은 향후 호위함 이즈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 단거리 이륙과 수직 착륙이 가능한 F-35B를 도입해 함재기로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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