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릴 날 못 기다려"… 한국 핀테크 업체들도 싱가포르에 둥지

입력 2019.04.20 03:56

['금융 판'을 바꾸는 프런티어를 가다] [2] 핀테크 허브 싱가포르

아시아의 핀테크 강국으로 부상한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우수한 핀테크 기업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도 싱가포르에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이 규제를 풀지 않는 사이 싱가포르가 저만치 앞서 나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 송금 스타트업 '모인'은 지난해 싱가포르 현지 법인을 세웠다. 모인은 한국에서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에 기반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려고 2016년 3월 설립했다. 모인은 기술을 인정받아 캡스톤파트너스, 미국의 스트롱벤처스 등 유명 벤처캐피털에서 32억원을 투자받았고, 한국에서 해외 송금 라이선스도 받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쓰면 해외 송금 수수료를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수 있지만, 한국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어 모인은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송금 서비스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싱가포르 정부는 '하지 못한다'는 규정만 없으면 뭐든 하게 해준다"며 "우리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동남아시아 핀테크 기업 등에 공급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웠다"고 말했다.

한국 핀테크 기업 '엠블'은 작년 말 싱가포르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택시 서비스를 내놨다. 승객과 운전기사는 자신의 위치 정보, 운행 정보 등을 엠블에 제공하는 대신 가상화폐 코인(MVL)을 받는다. 간편 결제도 얹었다. 그랩이 장악한 싱가포르 차량 공유 시장에서 엠블은 이용자 16만명을 확보했다.

블로코, 에버스핀 등 한국 스타트업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주관한 핀테크 페스티벌에서 2017년, 2018년 연거푸 우승하고 상금 15만싱가포르달러(약 1억2500만원)까지 거머쥐었다. 안영집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는 "한국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핀테크 산업 생태계를 성장시키려면 싱가포르의 유연한 규제 체계와 전폭적인 지원 태도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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