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마비율 등 4개 지표 적용하니 소득 불평등 더 악화
한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0위권에서 30위권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불평등 지표를 새로 만들어 적용한 결과다.
통계청은 11일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팔마비율(Palma ratio), 소득 10분위 경계값 비율, 중위 소득 60%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빈곤율, 평균 빈곤갭 등 4개 소득분배지표를 새로 개발해 공개했다. 이들 지표들은 OECD 등에서 국가간 불평등 비교를 위해 사용되는 지표들이다. 이 지표를 적용한 결과 한국의 불평등 순위는 팔마비율 30위, 소득 10분위 경계값은 26~33위, 상대적 빈곤율 29위, 평균 빈곤갭 31~33위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그 동안 학계 등 통계 이용자들로부터 소득분배와 관련한 다양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전문가 의견 수렴,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표를 개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팔마비율은 소득 상위 10%의 소득에서 하위 40%의 몫을 나눈 값이다. 알렉스 코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 대표, 앤디 섬너 영국 킹스칼리지대 교수가 함께 개발했다. 영국 등에서 불평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도입되었고, OECD·UN(국제연합) 등에서 국가별 비율을 분석해 공개한다. 불평등 문제가 주로 소득 상위 10%와 하위 40% 간의 소득 분배에서 발생하고, 상위 11~60% 중간층의 소득 몫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득 10분위 경계값 비율은 10분위 별로 구간을 나누었을 때 경계값의 변동을 살피는 게 소득 분배 개선·악화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도입된 지표다. 가령 소득 최하위 10%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서는 10% 전체 평균보다 최하위 10%와 하위 11~20%의 경계에 있는 소득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는 게 더 유용하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중위소득(소득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소득) 대비 50%를 기준으로 상대적 빈곤율 자료를 제공했는데, 이번부터 중위소득 대비 60%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빈곤율도 함께 제공키로 했다. 평균 빈곤갭은 중위소득의 50~60%에 못미치는 빈곤선 밑 계층(빈곤인구)의 평균소득과 빈곤선(중위소득 50~60%)과의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팔마비율이다. 지금까지 통계청은 지니계수, 5분위 분배율(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와 최하위 20%인 1분위 간 평균 소득 비율)·10분위 분배율 등을 불평등 지표로 제공해왔다. 불평등 개선·악화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정량 지표가 새로 추가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처분소득(근로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에 세금·사회복지 등의 영향을 더해 계산한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 기준 팔마비율은 2017년 현재 1.44로 나타났다. 그 동안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자료를 이용해 OECD 등이 발표한 1.0보다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팔마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OECD 36개국 가운데 30번째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된다. 라트비아(1.38), 뉴질랜드(1.43) 다음이고, 영국(1.45) 바로 위다. 영국이나 뉴질랜드 수준으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라는 얘기다.
그나마 이 같은 결과도 2011~2015년 불평등이 개선됐기 때문에 얻은 성적이다. 2011년 1.73이었던 팔바비율은 2015년 1.42로 급격히 떨어졌다. 2016~2017년에 소폭 악화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사회복지 혜택 강화가 불평등을 그나마 좋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해당 시기 분배 개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고용 지표 개선과 2014년 기초연금 실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 하위층에 몰려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된 것이 불평등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팔마비율은 2011년 2.05에서 2015년 1.79로 낮아졌다가, 2017년 1.9로 다시 나빠졌다. 근로소득·자산소득·사업소득 불평등이 2016~2017 다시 심해졌다.
특히 최상위 10%와 최하위 10%간의 시장소득 불평등이 2016~2017년에 극심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소득 기준 10분위 경계값과 1분위 경계값의 비율(P90/10)은 2013년 7.89에서 2016년 8.51, 2017년 9.18로 껑충 뛰었다. 그나마 가처분소득 기준 P90/10은 2011년 6.41에서 2016년 5.73까지 내려간 뒤, 2017년 5.79로 소폭 올랐다. 정부가 완충 역할을 해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최하위 10%가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소득 기준 10분위 경계값과 5분위 경계값의 비율(P90/50)은 2013년 2.22에서 2017년 2.3으로 소폭 상승했는데, 5분위 경계값과 1분위 경계값의 비율(P50/10)은 2012년 3.53에서 2017년 3.99로 뛰었다. 결국 최하위 10%의 소득 여건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는 의미다. 2018~2019년 나타났던 소득 최하위 계층의 소득 악화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진행됐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