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제시했다. 간암 세포의 식량이라고 할 수 있는 아미노산의 이동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정원 서울대 약학과 교수, 최선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연구팀이 간암세포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아미노산(아르지닌)의 감지·이동능력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왼쪽부터) 이정원 서울대 약학과 교수, 최선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간암세포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아르지닌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최근 의학계에서 아르지닌 분해효소를 처리해 간암세포가 아르지닌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치료 시도가 있었지만, 내성이 동반되는 한계에 부딪쳤다.

이에 연구팀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바로 아르지닌을 분해하는 전략보다는 세포질로의 아르지닌 이동을 저해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시키는 요인이 ‘TM4SF5’라는 막단백질임을 밝혀내고, 그 저해제를 이용했다.

실제 연구팀이 개발해 온 저해제 TM4SF5 억제 화합물(TSAHC)을 이용하면 TM4SF5와 아르지닌의 결합을 억제하고, 단백질 합성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지 못하게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의 표적을 제공하고 약물 개발의 단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TM4SF5가 간암세포 증식 신호전달 및 단백질 생성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기전을 밝힌 연구"라며 " 아미노산 대사에서 중요한 생리적 센서라는 기초적 연구 지식의 확보뿐 아니라, 간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요소의 공급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간암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원 교수는 "아르지닌의 이동성을 제어해 궁극적으로 간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기전과 단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TM4SF5가 아미노산 대사 제어뿐 아니라, 비알코올성 간질환, 간섬유화/경화 및 간암 발병에 중요히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인들의 발병률이 높고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간 질환의 유발에 있어 TM4SF5의 신호전달 허브로서의 역할을 기전적으로 규명하고 그에 대한 제어 전략 및 단서를 확보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세포 대사 분야의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이날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