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로봇 연구하려고 부동산업자랑 땅 보러 다녔죠"

입력 2019.04.04 06:00

올 CES서 호평받은 무뇌 로봇 ‘엠비덱스' 개발 주역
"자율주행 연구 시켰더니 지도 만드는데 힘쏟아
가격 낮춰 2년내 사람과 부대끼는 로봇 선보일 것"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네이버 랩스와 로봇 개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유튜브
네이버가 수상쩍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국내 1위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인 회사의 정체성과는 다소 동떨어져보이는 로봇·모빌리티·인공지능(AI)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단순히 손을 대는 수준을 넘어 네이버는 적지않은 자원과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시설과 인력을 확충해나가고 있다. 이 중심에는 국제적인 로봇 전문가인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있다.

서울대, MIT, 삼성전자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네이버에 합류한 석상옥(사진) 대표는 입사 4년 만에 자회사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네이버의 중장기적인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석 대표는 사실상 경영진으로부터 네이버랩스 설립의 A부터 Z까지 모든 권한을 쥐고 직접 연구 공간부터 주제, 향후 로드맵까지 직접 총괄해왔다.

그리고 4년간 진행해온 결과물의 일부를 내놓으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이 바로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19'였다. 네이버랩스는 5G 기반의 '무뇌' 로봇 앰비덱스, 자율주행 로봇 AROUND(어라운드) G를 공개하며 전 세계 IT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 로봇들은 기술 그 자체의 특별함보다는 기존 로봇공학의 접근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로 로봇 상용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극찬받고 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이사가 2일 경기도 분당구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DB
◇네이버에 등장한 ‘로봇 드림팀’

3일 경기도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석상옥 대표는 회사에 처음 입사했던 4년전을 회상하며 막연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떠올렸다. 석 대표는 "처음 네이버랩스에 와서 딱히 주어졌던 임무는 없었고, '두루두루 살펴보고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이었다"며 "부동산업자들과 땅을 보러다니며 로봇을 연구할만한 공간을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이후 로봇 개발을 연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드림팀'을 만들었다. 석 대표는 로봇 공학 연구자들부터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모빌리티, 바이오 미메틱(생체모방)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고 직접 로봇을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회사에는 합류하지 않은 MIT, 서울대, KAIST 등 학계의 전문가들은 연구과제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의 강점은 다른 연구소들과 달리 로봇뿐 아니라 AI, 로봇, 모빌리티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설계뿐만 가공, 생산, 테스트 등 모든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 대표는 "로봇을 직접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의 전문가들이 네이버랩스 안에 포진해 있다"며 "AI 분야에는 뛰어난 연구소들이 많지만 네이버랩스처럼 AI와 로봇, 모빌리티 등을 모두 붙여서 직접 생산까지 해내는 연구소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자율성, 다양성을 토대로 하는 네이버랩스의 문화는 로봇 공학의 통념을 깨는 신선한 발상과 결과물로 이어졌다. 석 대표는 CES에서 큰 주목을 끌었던 어라운드G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그는 "회사 내 자율주행 전문가에게 자율주행차 연구를 시켰는데, 오히려 차보다는 지도를 만드는 데 힘을 쏟더라"며 "처음엔 이해가 안됐지만 알고보니 결국 지도가 가장 중요한 센서였다. 지도가 정교하게 구현된다면 GPS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로봇팔 앰비덱스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석 대표는 "앰비덱스의 경우 김용재 서울기술교육대 교수가 남는 자투리 시간으로 진행해오던 ‘림’이라는 이름의 로봇이었다"며 "이 로봇에서 가능성을 보고 네이버랩스 차원에서 투자해 정식 과제로 만들어 진행했다. 서울대와 협력해 로봇이 가상의 세계에서 학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했으며, 퀄컴과의 협업으로 5G를 통해 클라우드에서 제어해 컴퓨팅 파워를 로봇이 아니라 서버로 이관하는 방식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2일 경기도 분당구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로봇팔 앰비덱스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조선DB
◇"로봇 기술의 근본적인 혁신으로 상용화 앞당긴다"

최근 네이버랩스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앰비덱스의 ‘힘 조절’ 능력을 고도화해 그 이전에 로봇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 기존 로봇들의 경우 힘제어가 아니라 위치제어 기반의 동작을 수행한다. 가령 전원 버튼을 누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봇은 버튼의 위치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 역시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계산이 조금만 틀려도 버튼이 아닌 다른 것을 건드리거나 버튼을 부서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의 힘조절이 가능해진다면 실제 사람처럼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로봇이 버튼이 있는 곳에 일정한 힘을 가하다가 버튼이 눌러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곧바로 힘을 빼거나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바꿀 수도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물리 세계의 조건에 순응(compliance)하며 동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석 대표는 "기존의 위치제어 기반 움직임에서는 너무 불필요하게 복잡해 불가능했던 것들이 힘제어를 통해 쉬워진다. 가령 로봇이 진짜 요리사처럼 식재료를 썰거나 공을 던질 때도 말그대로 ‘기계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야구선수처럼 힘을 써서 던질 수 있게 된다"며 "앰비덱스도 힘제어 기능이 일부 도입돼 악수를 하는 것 등이 가능했었다. 이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2년 내에 로봇이 집 안에서 사람과 직접 공존하는 형태의 삶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석 대표는 "로봇이 사람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레슬링을 하는 등 지금 시각에서는 위험하다고 보여지는 일들, 사람과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로봇 기술의 근본적인 접근법으로 기술을 혁신하고 가격을 낮춰 로봇 시대가 빨리 오게 만드는 것이 네이버랩스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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