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 낮췄는데"…한남은 본궤도, 은마는 번번이 퇴짜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9.04.02 06:12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다 결국 서울시 요구를 받아들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한남3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과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모두 건축계획안 수정을 통해 아파트 층수를 서울시 권고안에 맞춰 낮췄지만, 두 현장의 결과는 달랐다. 한남3구역은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본궤도에 올랐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시 심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용산구 한남3구역과 건축심의도 넘어서지 못한 강남구 은마아파트. /조선일보DB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은 지난달 29일 용산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한남3구역은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 총 38만5687㎡로,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2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애초 조합은 29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한남뉴타운과 3구역 건축계획의 조화를 검토해야 하며 남산과 한강 조망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심의안을 돌려보냈다.

    결국 조합은 공공건축가 협업과 서울시 의견에 따라 22층으로 층수를 낮췄고 2017년 10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곳은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에 임대주택 876가구를 포함한 공동주택 5816가구가 들어선다. 테라스하우스 등 특화설계가 적용된 주택들도 포함된다.

    반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인 건축계획안을 반영하고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49층짜리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받기 위해 150억원을 들여 2016년 9월 국제현상설계공모까지 했으나 서울시 인·허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2017년 10월 추진위는 35층으로 정비계획안을 전면 수정하고서도 서울시 심의에서 다섯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 최근에는 참다못한 주민들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남3구역과 은마아파트의 운명이 엇갈린 건 입지와 사업방식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도화선이 될 만한 강남에 있는 데다, 대치·개포·일원동 등 주변 재건축 아파트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굳이 나서 ‘불씨’를 지필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한남3구역의 경우 서울시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언급할 만큼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 관심을 둔 지역이라는 점도 사업 추진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에 다시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과 달리 한남3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입김을 불어넣을 만한 곳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을 진행하며 낡은 구도심을 허물어 새 아파트를 올리는 기존의 재개발 대신 기존 동네의 특성을 살리는 도시재생사업에 무게를 실어왔다. 한남3구역도 공공건축가 7명을 통해 건축계획안을 마련했고 이런 공공의 의도가 현재 설계에 반영됐다. 구릉지를 유지하고 높이 관리를 통해 남산·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한 게 그렇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이런 서울시의 도시재생 의도를 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반시설까지 새롭게 구축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사익을 위한 사업이라 서울시가 별다른 이유없이 공익을 위한 인·허가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대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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