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 '대부' 지우고 싶은 대부업체…당국은 "글쎄"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19.03.27 06:00

    상반기중 새 이름 선정, 하반기부터 법 개정 작업 착수
    금융당국과 공감대는 형성 안돼…실제 개정 힘들수도

    대부업계가 ‘대부업’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고금리를 적용하고, 상환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법 사채업자를 ‘미등록 대부업체’라고 부르는 바람에, 법 테두리 내에서 영업하는 대부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상호명에 대부 명칭을 쓰도록 강제하는 대부업법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며 명칭 변경 등 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올해 대부업 명칭 변경 작업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내주 중 네이밍 전문 컨설팅 업체를 선정, 약 한 달에 걸쳐 10개 정도의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해 말 ‘대부업 명칭 공모전’을 실시, ‘생활금융(대상)’, ‘소비자여신금융(최우수상)’, ‘편의금융(최우수상)’ 등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의 제시안과 수상작을 비교해 상반기 중 최종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계가 ‘불법 사채’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부업 명칭을 변경한다./조선DB
    대부업체들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브랜드명에 ‘대부’를 넣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대부업계 1위인 산와대부의 ‘산와머니’는 물론이고,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러시앤캐시’, 웰컴크레디라인대부의 ‘웰컴론’ 등 주요 대부업체 모두 브랜드명만 보면 대부업체임을 알 수 없도록 해놨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대부업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영업하고 매년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리 감독도 받는다"며 "그러나 대부업법에서 불법 사채업자를 ‘미등록 대부업자’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등록 대부업체까지 전가되고 있어 브랜드명에 ‘대부’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업체를 구별하지 못하면 금리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 5명 중 1명은 합법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브랜드명이 아닌 상호엔 대부를 꼭 넣어야 한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항은 ‘대부업자는 그 상호 중에 ‘대부’라는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리드코프(012700)의 경우 전체 매출액 중 대부업 비율이 절반을 넘지 않으면 ‘대부’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이용, 대부업 매출이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행법이 이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상호에 ‘대부’ 명칭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다른 금융업권은 이런 의무가 없다"며 "만약 강제로 사용하게 하려면 적어도 대부업체가 사용하고 싶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명칭 변경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사례로는 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활동하던 거대 사채업자들은 1972년 제정된 ‘상호신용금고법’에 따라 양성화됐다. 그러나 상호신용금고는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기존 사채업 이미지에 부실한 금융체계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워졌다. 이에 2001년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명칭을 바꾸는 ‘상호저축은행법’이 개정됐고, 2009년부터는 ‘상호’ 단축도 허용돼 지금의 저축은행이 됐다.

    대부업 명칭을 바꾸기 위해선 금융당국 등과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 명칭을 꼭 바꿔야 하는지 아직 그 필요성이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회는 금융당국에 대한 설득 작업과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국회를 통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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