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그러진 화웨이 폰, 그런데 비웃을 수 없었다

입력 2019.02.26 03:10

[화면 접는 스마트폰 '메이트X' 바르셀로나 MWC에서 공개]
- 펼치니 화면 우그러졌지만…
5G용 통신모뎀 등 부품 자체 개발… 첨단 장비 선보이며 기술력 과시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9의 개막 하루 전인 24일(현지 시각)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이탈리안 파빌리온 입구. 한눈에 봐도 국적이 다양한 수백여 명이 몇 시간 동안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줄 서 있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공개하는 5G(5세대 이동통신)·폴더블(화면을 접었다 펴는) 제품 '메이트X' 발표회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다. 메이트X는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폴더블 폰인 '갤럭시 폴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올해 MWC는 5G 시대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를 판가름하는 무대다. 과거 MWC의 주인공은 미국·일본·한국 기업이 번갈아 차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무역 전쟁 상대국인 미국에서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 기술) 전시회 CES에서는 조용히 있었던 중국 IT 기업들은 유럽에서 열린 MWC에서는 5G·폴더블 같은 최첨단 기술과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중국의 IT 굴기(崛起) 야망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다.

◇화웨이, 5G·폴더블 기술력 과시

가장 존재감이 큰 기업은 화웨이였다. 미국 CNN은 "올해 MWC는 화웨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보도했다.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안 파빌리온에서 열린 화웨이 스마트폰 언팩(공개) 행사에서 화웨이의 리처드 위 최고경영자(CEO)가 5G 폴더블 폰인 '메이트X'를 시연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안 파빌리온에서 열린 화웨이 스마트폰 언팩(공개) 행사에서 화웨이의 리처드 위 최고경영자(CEO)가 5G 폴더블 폰인 '메이트X'를 시연하고 있다. 메이트X는 화면을 접으면 6.6인치, 펼치면 8인치로 커진다. 자체 개발한 5G용 통신 칩과 인공지능(AI) 칩셋이 담겼다. 화웨이는 이 제품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으로, 값은 2299유로(약 292만원)다. /블룸버그
5G·폴더블 시장에서 맞붙은 삼성전자와 화웨이
화웨이가 선보인 메이트X는 접으면 6.6인치, 펼치면 8인치인 폴더블 폰이다. 접었을 때 4.6인치, 펼쳤을 때 7.3인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보다 화면이 컸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와 달리 제품 전·후면에 모두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펼치면 곧바로 대화면이 되는 '아웃폴딩' 방식을 적용했다. 화웨이는 메이트X에 쓰인 5G용 통신 기술과 칩셋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5G용 통신 모뎀 칩셋인 발롱5000과 인공지능(AI) 칩셋인 기린980이다. "우리는 5G용 통신 장비에 이어 5G 스마트폰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며 기술 경쟁력을 과시한 것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리처드 위 최고경영자(CEO)는 "메이트X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얇은 5G 폴더블 폰"이라고 말했다. 단, 일부 전문가는 화면을 완전히 펼쳤을 때 가운데가 살짝 우그러지는 문제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메이트X는 2299유로(약 292만원)로 갤럭시폴드(1980달러·약 222만원)보다 비싸다. 또 디스플레이가 바깥에 모두 드러나 있다 보니 내구성 문제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은 "화면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 커버도 개발했다"며 "추후 제품 출시 단계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내놓은 메이트X를 펼치는 과정에서 나타난 화면 우그러짐 현상(점선).
화웨이가 내놓은 메이트X를 펼치는 과정에서 나타난 화면 우그러짐 현상(점선). 메이트X의 가운데 부분을 보면 화면에 빛이 반사되고 있지만, 정중앙 부분에서만 살짝 디스플레이가 우그러져 빛 반사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완벽한 폴더블 화면을 구현하기까지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
화웨이는 자신들이 세계 스마트폰 1위인 삼성전자를 경쟁 상대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핵심 전시관인 3관에서 삼성전자와 마주 보는 공간에 거의 같은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했다.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삼성의 갤럭시폴드와 화웨이의 메이트X가 마주 보는 형국이었다. 특히 부품·장비 업체가 주로 있는 1관은 화웨이 전용 전시관 같았다. 전체 전시 공간의 절반 이상이 화웨이의 5G 장비 전용 전시관으로 꾸며진 것이다. 화웨이는 크기가 기존 LTE 장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속도는 훨씬 빠른 5G 장비와 AI·자율주행차·스마트시티 같은 기술을 시연했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에 나섰다. 26일 스페인의 통신 장비 보안 검증 기관인 E&E와 함께 검증한 화웨이 통신 장비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화웨이는 유럽 LTE 장비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했다"며 "비용 절감, 성능 차원에서도 유럽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화웨이가 MWC를 재기 무대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IT 굴기 거세… 넋 놓고 있다가는 주도권 완전히 뺏길 듯

중국의 IT 굴기를 보여주는 기업은 화웨이뿐만 아니다. 중국 샤오미는 24일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5G용 스마트폰인 '미믹스3 5G'를 선보였다. 미믹스3 5G는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LG전자의 V50 씽큐 5G에 탑재된 것과 같은 퀄컴의 스냅드래건855 칩셋과 6.39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다. 하지만 가격은 불과 599유로(약 76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의 원플러스 역시 이번 MWC에서 5G폰 스마트폰을 공개한다. 작년 미국의 제재로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중국의 통신 장비 업체인 ZTE 역시 자사 첫 5G용 스마트폰인 '악손(Axon) 5G'와 통신 장비를 동시에 공개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기술 변곡점에서 한국이 넋 놓고 있다가는 2~3년 뒤면 중국에 완전히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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