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절망 성장] 가구 명목소득 3.6% 늘었는데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은 10%↑
처분가능소득 1.5% 증가에 그쳐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소득 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460만6125원으로 2017년 4분기보다 3.6% 늘었다. 그러나 '실제 손에 쥐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은 1.5% 증가에 그쳐 명목소득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금과 이자, 사회보험료 등 명목으로 정부 등이 떼 가는 돈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런 항목을 통틀어 비소비지출이라고 부르는데, 지난해 4분기 비소비지출은 10% 증가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세부적으로는 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내는 '경상조세'가 29.4%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상속세나 양도소득세처럼 일회성으로 내는 세금도 38.4% 늘었다. 지난해 정부의 기록적인 세수 증가가 가계에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 외에 가계 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24.1% 늘었고, 연금과 사회보험 지출도 10% 이상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에는 가족들 사이에 건네는 용돈인 가구 간 이전 지출만 6.2% 줄었다. 이는 재작년 10월에 들어 있었던 추석 연휴가 지난해엔 9월로 당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비소비지출은 2006년을 제외하고는 소득과 비슷한 증가율을 보여왔다. 2015년 4분기엔 비소비지출이 1.6% 증가했고, 2016년 4분기엔 0.4% 감소했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년 4분기부터 비소비지출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2017년 4분기 12.5%를 기록한 뒤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소득 증가율은 더욱 떨어져 4분기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는 전체 가구 소득이 증가했다는 점을 애써 위안 삼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고 있다는 뜻"이라며 "비소비지출이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실질적으로 가계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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