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받는데 9개월…현대차 '팰리세이드 수급대란' 왜?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2.19 05:20

    현대자동차(005380)가 ‘팰리세이드 대란(大亂)’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선보인 플래그십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인기를 끌면서 수요에 맞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팰리세이드를 주문하면 차를 받는데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특히 상위모델인 프레스티지 트림의 경우 주문 후 차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9~10개월에 이른다. 지금 팰리세이드 프레스티지 트림을 사겠다고 하면 올해 말은 돼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 플래그십 대형 SUV 팰리세이드/현대차 제공
    당초 현대차가 예측한 올해 팰리세이드의 연간 내수 판매량은 2만5000대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약된 수량만 이미 5만2000대를 넘어섰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증산(增産)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팰리세이드의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상 유례없는 팰리세이드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현대차가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수요에 제대로 대응해 판매가 이뤄졌다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로 국내 실적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요예측 실패로 제 복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 됐다"고 말했다.

    ◇ 상위트림 수요가 하위트림 7배…‘타이어 대란’ 번지며 물량수급 꼬여

    18일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팰리세이드의 공급 차질이 계속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상위트림에 대한 ‘쏠림현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세이드는 국내에서 하위트림인 ‘익스클루시브’ 모델과 상위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 2종으로 판매된다. 당초 현대차는 익스클루시브 모델과 프레스티지 모델의 수요를 대략 반반씩으로 예측하고 생산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수요가 프레스티지 모델로 집중되면서 물량 수급을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계약대수를 보면 팰리세이드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약 5400대가 계약된 반면 프레스티지 모델은 7배가 넘는 약 4만대가 계약됐다.

    예상치 못한 쏠림현상은 ‘타이어 대란’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팰리세이드는 18인치 타이어가 적용되는 익스클루시브 모델에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기본옵션으로 장착된다. 20인치 타이어가 들어가는 프레스티지 모델에는 미쉐린 타이어가 들어간다. 익스클루시브 모델 구매자도 별도 옵션계약을 통해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런데 프레스티지 모델로 수요가 몰리면서 미쉐린 타이어를 충분히 조달하지 못해 차량 공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LA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팰리세이드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타이어. 현대차는 당초 미국에 수출하는 팰리세이드에만 브리지스톤 20인치 타이어를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미쉐린 타이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판매용 20인치 타이어도 브리지스톤 제품을 투입하기로 했다./진상훈 기자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18인치 타이어가 적용되는 팰리세이드의 계약대수는 5600여대에 그친 반면 20인치 타이어를 적용한 모델은 4만6000여대가 계약됐다. 20인치 타이어를 별도 옵션으로 선택한 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면서 20인치 타이어로 18인치의 8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는 수급 불균형이 일어났다.

    최근 현대차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20인치 타이어 적용 모델에도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내는 대형 SUV 불모지"…방심한 현대차, 높은 가성비가 ‘부메랑’으로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공급 차질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과거 대형 SUV의 판매대수 데이터만을 근거로 올해 수요를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금껏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는 그랜저, 쏘나타 등 대표적인 볼륨모델이나 중형 SUV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된 적이 거의 없었다. 기아차의 대형 SUV 모하비의 경우 지난 2008년 출시 당시 획기적인 디자인과 성능으로 주목받았지만, 판매량은 목표치 1만800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00여대에 그쳤다. 가장 많이 판매된 2017년 실적도 1만5205대였다.

    지금은 단종된 현대차 맥스크루즈도 연간 판매량은 1만대 안팎이었다. 2017년 출시된 쌍용차의 대형 SUV인 G4 렉스턴 역시 연간 판매량은 5000대 수준을 넘지 못했다.

    팰리세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2019 그래미 어워즈’에서 팰리세이드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방탄소년단/현대차 제공
    팰리세이드가 과거 출시된 대형 SUV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가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기 때문에 중형 SUV 수요까지 흡수했다고 분석한다.

    팰리세이드의 판매가격은 디젤 2.2 모델의 경우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3622만원 프레스티지 트림은 4177만원이다. 가솔린 3.8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3475만원, 프레스티지 트림이 4030만원에 각각 판매된다.

    중형 SUV인 현대차 싼타페는 디젤 2.2 모델이 3410만원에서 3680만원에, 가솔린 2.0 터보 모델은 2815만원에서 3115만원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가장 최근에 출시됐고 더 많은 편의사양까지 갖춘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와 신차효과가 끝난 싼타페의 가격 차이가 최대 1000만원도 나지 않으면서 싼타페의 잠재고객들마저 팰리세이드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더 좋은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상위트림으로 몰리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팰리세이드의 높은 가성비가 현대차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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