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을씨년스러운 창성장 골목…"익선동 이을 명소 여지 충분"

입력 2019.01.16 18:12 | 수정 2019.01.17 10:29

보는 눈이 ‘낮아서’ 그럴까, 개발과 투기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동네 같다. 낡아 허물어져 가는 건물들 곳곳은 비었고, 유지·보수가 되지 않은 건물 외벽은 페인트가 떨어져 한겨울에 말라 비틀어진 소나무 껍질 같아 보였다.

16일 오후에 찾은 전남 목포 대의동 1가 골목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은 이런 건물들 가운데 비교적 멀쩡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 건물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친인척들이 등록문화재 지정 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기 논란이 일게 된 일제 강점기 시대 지어진 건물이다. 골목 안에 꼭꼭 숨겨져 있어 찾기도 어려웠는데, 비교적 새것처럼 보이는 간판 덕분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남 목포 대의동1가에 있는 창성장 인근 골목.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곳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부동산들을 사들여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목포=이진혁 기자
인근 지역은 인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목포의 특산물인 홍어횟집이 골목마다 들어서 있지만, 식당은 한적했고 가게를 찾는 손님도 보이지 않았다. KTX 목포역에서 만난 주민들과 택시기사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거긴 죽은 동네"라고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목포 하당신도시가 생기면서 이주할 만한 여력이 없는 사람만 남아 동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지역 주민들은 전했다.

손 의원은 등록문화재 지정이 되기 전에 이곳에 건물 여러 채를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 의원은 16일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고 주변인을 설득했기에 금전적 이익은커녕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며 "지인들조차 어렵게 설득했다"며 본인에게 쏠린 투기 의혹을 해명했다.

주변 공인중개업계와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맞는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당신도시 입주 이후에는 집을 내놔도 2~3년이 되도록 안 팔렸는데,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엔 집값이 조금 올랐다"고 했다. 점포 겸용 주택이 3.3㎡당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100만원 정도 올랐고, 점포 용도로 쓸 수 없는 주택은 3.3㎡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만원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손 의원의 조카가 매입한 전남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내부. /목포=이진혁 기자
손 의원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에 걸쳐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고,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지난해 8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에는 유의미한 가격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문화재적 가치나 근대 역사 분위기가 남은 동네 특유의 느낌이 있어 앞으로 이곳이 서울 종로구 익선동처럼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면 충분히 부동산 가치가 뛸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의동 1가 주민들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시설과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옛 일본인 주택인 적산가옥이 100여채가 있고 옛 일본 영사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경동성당 등 근대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손 의원이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부동산을 사들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당장 창성장 인근은 부동산 개발과는 먼 동네처럼 보였다.

창성장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창성장 인근 초원호텔이 처음에는 80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6년간 안 팔렸고, 결국 35억에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매수자를 찾기조차 어려운 동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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