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급기야… 20년만에 신용등급마저 떨어졌다

조선일보
  • 류정 기자
    입력 2018.11.02 03:23

    S&P 이어 무디스도 하향…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내려가
    10월 판매, 국내선 25% 늘었지만 해외선 2.7% 줄어들어

    현대자동차가 20년 만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 31일(현지 시각) 글로벌 최대 신용평가사인 S&P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1일 둘째로 큰 신평사인 무디스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등급은 Baa1 유지)했다. 현대차의 S&P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기록이 있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1일 발표된 10월 판매 실적에서도 현대차는 조업 일수 증가 효과로 내수 판매는 25% 늘었지만, 해외 판매는 2.7% 감소하는 등 계속 고전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이다. 현대차의 중국·미국의 지난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각각 56%와 80%로 떨어졌다. 중국은 3조원, 미국은 1조20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지만, 상당 부분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20년 만의 굴욕… 자금 조달 비용 증가

    "악화된 수익성이 향후 12~24개월 안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S&P가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밝힌 이유다. 이는 현대차의 위기가 단기적으로 회복되기 힘들다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분석을 반영한다. 현대차의 신용등급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외환 위기 당시 B등급에서 8차례에 걸쳐 한 등급씩 올라 2015년부터는 A- 등급을 유지해왔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채권 발행 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한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내려다본 현대차 신사옥 부지.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여 105층의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내려다본 현대차 신사옥 부지.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여 105층의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고운호 기자
    한 단계 하향 조정된 BBB+ 등급은 여전히 폴크스바겐과 같은 등급이고, 포드·GM 등은 더 낮은 등급(BBB-)이긴 하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어두워 하향 조정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S&P는 "환율과 무역 분쟁 등 거시 변동성 확대, 품질 관련 비용 발생, 환경 규제 강화, 노사 갈등 등은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완희 무디스 선임연구원도 "주요 시장의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과 지속적인 비용 압박으로 수익성이 1~2년간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신평사인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31일 현대차(AAA)와 기아차(AA+)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중국·미국 공장 가동률 심각… 지난달 해외 판매 2.7% 감소

    현대차는 1일 지난달 해외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한 34만1872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판매는 6만6288대로 작년 10월보다 25% 늘었다. 그러나 작년엔 추석이 10월에 끼어 있어 조업 일수가 올해보다 5일 적었다.

    현대차그룹의 위기는 양적 성장을 추구하며 생산 시설을 늘려왔으나, 대외 환경 악화와 질적 성장 부진 등으로 판매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특히 해외 판매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에서 공장 가동률이 기대치 이하이다.

    현대차 미국, 중국 공장 가동률 그래프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빅5'를 유지하며 생산시설을 904만대 규모까지 늘렸다. 그러나 판매량은 2015년 812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725만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시장인 미·중 공장 가동률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 8개 공장을 두고 254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 114만대 판매에 그쳐 가동률이 45% 수준이다. 140만대 생산 능력을 놀린 셈이다. 올해도 공장 가동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중국 현지 업체들이 더 싸고 기술력도 비슷한 수준의 차를 내놓으면서 현대차 순위는 2016년 5위권에서 올해 9위로 밀려 있다. 2016년 100%가 넘었던 미국 공장 가동률은 올 상반기 80%까지 떨어졌다. 역시 SUV 등 대형 레저 차량 중심 시장인 미국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고,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 차 업체들이 현대차를 밀어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는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라인업을 더 다양화해 나가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결국 회사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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