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은 모르는 그녀들의 고민, 펨텍이 해결한다

입력 2018.10.22 13:31

임신·수유·미용… 여성 위한 과학, 2025년엔 57조원 규모 성장

지난 12일 미국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플로 헬스는 1200만달러(135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임신이 가능한 배란 시기를 계산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이 앱은 2015년 이후 6000만 번 다운로드됐다. 같은 날 영국 스타트업 무디도 여성의 생리 주기를 알려주는 앱을 영국에 출시했다. 이 앱은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다.

여성 건강을 위한 디지털 기술인 '펨텍(FemTech, Female Technology)'이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단어는 2015년 생리 주기 앱 '클루'를 개발한 독일 바이오윙크의 이다 틴 창업자가 처음 만들었다. 여성의 건강을 위한 소프트웨어·진단·서비스·전자기기를 통칭한다. 펨텍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15년 8200만달러(930억원)에서 지난해 3월까지 누적 투자액이 11억달러(1조2470억원)로 증가했다. 컨설팅 업체인 프로스트&설리번은 펨텍 시장이 2025년 500억달러(56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만의 건강 고민, IT로 해결

펨텍의 시초는 여성의 말 못할 고민인 생리와 임신을 모바일 앱에서 풀어준 것이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막스 레브친은 2013년 글로를 세워 임신이 가능한 배란일을 계산해주는 앱을 출시했다. 같은 해 유럽에서도 클루가 나왔으며, 지금까지 2억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체온을 기준으로 임신을 피할 수 있는 날짜를 알려주는 '내추럴 사이클'이라는 앱이 개발됐다. 지난해 유럽에 이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디지털 피임기기로 승인받았다.

여성 건강을 돕는 디지털 기술 '펨텍'
출산 여성의 사회 복귀를 도와준 펨텍도 등장했다. 영국 엘비의 무선 착유기가 대표적이다. 여성이 브래지어 안에 착용하면 다른 일을 하면서 자동으로 모유를 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출산 6주 만에 업무에 복귀하면서 "무선 착유기 덕분에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요실금을 해결할 펨텍 기기도 개발했다. 골반 기저근육을 강화하는 케겔운동을 돕는 기기로,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격인 영국 국가의료서비스(NHS)는 요실금 환자들이 이 기기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펨텍이 임신, 출산을 넘어 만성질환 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여성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남성보다 2배까지 더 잘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골다공증, 우울증 같은 질환에도 펨텍이 진출할 수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비탈리는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한 스포츠 브라를 출시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화장품 브랜드인 뉴트로지나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피부 분석 센서인 '스킨스캐너'를 출시했다.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고 상태가 나쁘면 전문 피부의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은 손톱에 붙이는 자외선 센서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의료 규제로 펨텍 막혀

프로스트&설리번은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 경우가 75%나 더 많다는 점에서 펨텍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펨텍 전용 투자사인 포트폴리아도 출범했다. 여성 기업인들의 모임이 발단이 돼 며칠 만에 400만달러를 모아 6개 펨텍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펨텍이 아직 초기 단계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함께 여성 건강관리 앱인 핑크다이어리를 운영 중이다. 생리 주기를 모니터하고 의사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룬랩은 생리컵에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룬컵을 개발했다.

황룡 룬랩 대표는 "미국에 제품 등록을 했으며 내년 1월부터 출시할 예정"이라며 "생리컵이 얼마나 찼는지 센서로 파악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펨텍이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펨텍이 여성의 신체 정보를 수집해 모바일 기기로 전송하며, 이는 나중에 원격 의료로 연결된다. 의료 정보 전송이 극한적으로 제한된 국내에서는 상용화되기 어려운 기술인 것이다.

황룡 대표는 "사물인터넷 생리컵은 미국에서는 기존 제품과 같은 의료기기로 등록하면 되는데 국내에서는 의약외품으로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일단 해외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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