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국적으로 물량이 부족해 일선 의료현장에 접종대란을 초래한 백신 '가다실 9'의 공급이 이달부터 개시된다.

의약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 9가(Gardasil 9)'의 공급을 8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전국 의료기관에는 이달 중으로 가다실 9가 백신이 충분히 풀릴 전망이다.

한국MSD 측 관계자는 "국내 가다실9가 물량을 확보해 이달 8일부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배송 시간을 고려하면 이달 15일부터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불편함 없이 가다실9가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백신 예상 수요에 맞춰 물량을 충분히 준비해 공급난 우려 없이 진료현장에서 원활한 접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가다실9의 작년 상반기 가다실9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3% 늘어난 4만7774유닛으로 조사됐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HPV 백신은 여성의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남성의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의 중요성과 효과가 강조되면서 백신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가다실은 대표적인 HPV 백신으로, 최신 버전인 ‘가다실 9가’는 2016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이는 기존 가다실이 갖고 있는 4가지 바이러스 유전형에 5개의 바이러스 유전형을 추가해 자궁경부암 예방범위를 넓혔다. 즉 4가지에서 9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도록 기능이 확대된 것이다. 국내에서 가다실 9가 비용은 약 20만~25만원선으로, 3회 접종을 해야 하므로 60만~75만원이 든다.

하지만 올해 초 ‘가다실 9가’의 공급이 달리면서 국내 일선 의료기관들이 환자들을 받지 못하는 접종대란이 일었다. 전세계적으로 가다실 9가 수요가 계속 늘어난 데다, 작년 6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부 생산시설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에도 일시적인 가다실 9가 공급난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HPV 백신은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의 가다실 4가(Gardasil), 가다실 9가(Gardasil 9)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Cervarix)2가 등 3종류가 있다.

우리 정부가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지원하는 국가예방접종(NIP)은 2가, 4가 백신으로만 이뤄지고 있으나, 가다실 9가가 기존 4가 백신보다 예방 가능 범위가 더 넓은 최신 버전이다보니 가다실 9가로 접종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가다실 9가의 등장 이후 이전 버전인 4가 백신 사용이 크게 줄어 미국 시장에서는 가다실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고 있다.

◇ FDA, 가다실9가 접종 연령 확대 승인

한편,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일(현지 시각) 가다실 9가의 접종대상 연령 확대를 승인했다. 지난 2014년 미국에 출시됐을 당시 가다실9의 접종 대상은 ‘9~26세' 남녀였으나, 이번에 ‘27~45세’까지로 접종 대상 연령이 더 확대한 것이다.

FDA는 가다실9가에 관한 새로운 임상 데이터를 반영해 가다실9의 접종 연령 확대 승인을 결정했다. FDA와 머크 발표에 따르면, 7~45세 여성 3200명을 평균 3.5 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가다실9가는 감염, 생식기 사마귀, 외음부 및 질 전암 병변, 자궁경부암 병변의 합병증 예방에 88%의 효과를 보였다.

27~45세 남성 150명이 6개월 동안 가다실을 3회 투여받는 임상 결과에서도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가다실 9가의 안전성은 총 1만3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평가됐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의 통증, 부종, 발적 및 두통이 보고됐다.

가다실9가 제품 사진.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1400만명이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건당국이 HPV 예방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피터 막스(Peter Marks) FDA 생물학적 평가 및 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가다실 9가 연령 확대 승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 관련 질병과 암을 광범위한 연령대에서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HPV 백신 접종은 매년 3만1200건 이상의 HPV 관련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FDA의 가다실 연령 확대 승인이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의 백신 매출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실제 최근 머크(MSD)는 세계 백신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시장에 더욱 집중해 ‘가다실’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머크(Merck)그룹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가다실·가다실9가의 총 매출액은 12억6900만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434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