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부동산 '찬탁운동'

조선일보
  • 정한국 기자
    입력 2018.10.08 03:07

    신한금융·우리銀, 고객 부동산 개발·관리하는 신탁시장 노크

    신한금융지주·우리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최근 앞다퉈 부동산 신탁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인데, 부동산 신탁은 신탁사가 고객 부동산을 대신 개발·관리해준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신탁사 수익이 대폭 늘어나 은행권의 관심도 커졌다. 부동산 신탁 회사 11곳의 순익은 2012년 1132억원에서 작년 5047억원으로 5년 만에 4배 수준으로 불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신한지주·우리은행을 빼고도 한국투자증권 등 부동산 신탁업 진출을 저울질하는 곳이 3~4곳 거론된다. 거기다 금융위원회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이달 중 약 10년 만에 부동산 신탁 회사 인가를 새로 내주기로 하면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이자 수익'에서 '개발 수익'으로 다각화

    상승세 타고 있는 부동산신탁사 이익 규모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업계 6위인 아시아신탁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10월 말 금융지주 인가가 나오는 우리은행도 지주 전환 이후 본격적으로 신탁업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두 곳 모두 부동산 신탁업이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 금융 지주 산하에서 새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으면서 은행 이자 의존도를 낮추는 사업 다각화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또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모두 그룹 내에 부동산 신탁사를 두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금융권의 자신감이 생긴 것도 배경 중 하나다. 종전까지 은행은 부동산 개발을 하려는 시행사나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 수익은 올렸지만, 개발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지는 못했다. 은행 내에선 특히 '개발 사업은 불안 요소가 많아 위험하다'는 인식도 컸다. 그러나 수년간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해외 부동산 투자도 늘리는 등 경험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신한은행이 현대건설을 제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사업권을 따낸 것이 이제 금융회사가 개발 사업을 주도할 충분한 역량이 있음을 외부에 알린 상징적 사건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신탁사·은행이 협업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력을 앞세워 일반 시행사나 시공사보다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게 결국 경쟁 업체보다 높은 수익률로 이어져 업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꺾이는데" 출혈 경쟁 우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신탁 회사를 통해 자산 관리 사업을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지주 산하의 은행·증권사 등은 건물주 고객에게 계열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건물 관리·개발을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부동산 자문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부동산 자문이나 개발·관리 수수료뿐만 아니라 대출을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대형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을 통해 부동산 자산 관리를 하려면 명의를 신탁사에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개인 고객이 많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업계 내에서는 금융회사의 업계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신탁사가 최근 이익이 계속 늘어난 것은 몇 년 새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덕을 봤기 때문이다. 대형 신탁 회사의 한 임원은 "자금력이 있는 은행·증권사 등이 부동산 신탁사를 앞세워 공격적 영업을 시작하면 출혈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지 몰라도 지식산업센터나 상가 등 업무용·상업용 부동산 개발 수요는 전국적으로 꾸준히 생기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라는 반응이다.


    ☞부동산 신탁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부동산 신탁은 고객이 맡긴 부동산 자산을 개발하거나 관리, 처분하는 일을 대신 해주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부동산 자산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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