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팀목' 반도체, 가격 급락 경고음

입력 2018.09.28 03:09

"D램값 4분기부터 5% 하락… 내년 최대 25% 떨어질듯"

자동차·조선·스마트폰 등 한국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시장에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D램이 올 4분기부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대표적인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인 대만의 D램 익스체인지는 26일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D램 평균 가격이 전 분기보다 5%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가격 하락 전망치(1∼3%)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반도체 시장 분석 전문가인 에이브릴 우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가 줄어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면서 D램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8Gb D램 메모리 현물 거래 가격 외
D램 익스체인지는 특히 PC와 모바일, 서버(대형 컴퓨터)용 D램 가격이 동시에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격적인 하락세의 전조(前兆)라는 것이다. 서버용과 PC용 D램은 각각 5%씩 하락하고, 모바일용 D램은 최대 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D램 가격이 올해보다 최대 2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한국 양대(兩大)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4분기부터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도 최근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와 가격 압박이 시작됐다며 4분기부터 경기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D램의 경우 대형 거래선에 공급할 때 적용되는 고정거래가격은 아직 횡보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 거래 가격인 현물가격은 올 상반기부터 이미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 1월 개당 9.65달러였던 8Gb(기가비트) D램의 현물가격은 27일 7.34달러로 24% 하락했다. 현물가격의 하락세가 심화되면 고정거래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PC와 서버,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반도체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 기업들이 서버 주문량을 줄이면서 수요가 줄고 있고, PC용 반도체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모바일 반도체 수요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공장의 신규 라인을 증설하고,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에 15조원을 투입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달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반도체 라인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면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2015년 한국 전체 수출액 중 11.9%를 차지했던 반도체 수출은 올 들어 21%까지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수출액이 대폭 줄어들고 관련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한국 경제와 수출의 버팀목으로 남아 있는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다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총괄하는 김기남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 4분기까지는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황이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고객사·장비 업체들과 연이어 접촉해 내년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변화에 따른 물량 관리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치킨 게임(극단적인 가격 경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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