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도 가계 교육비 '껑충'…예체능까지 사교육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8.09.26 07:00

    올해 2분기 가계 소비지출 1.9% 늘어나는 사이 교육비 지출은 3.1% 급증

    외국계 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K(42세)씨는 한 달에 중3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사교육비로 30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어 벌이가 꽤 크지만 매달 나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저축하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딸은 중학교 1학년부터 수학과 영어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예상했던 수준의 학원비가 들지만, 문제는 초등학생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학원에 다니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지 못할까봐 일부러 교과과목 학원은 보내지 않았는데 축구교실과 바이올린 등 예체능 학원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K씨는 "아이가 친구와 축구교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건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전문적인 과정이 아니라 방과 후 친구들과 뛰어노는 체육 프로그램이었다"며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놀던 시간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이 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저출산 추세가 심화되면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가계의 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가 줄었고 정부가 추진한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정책 등으로 공교육비 부담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한 결과다.

    저출산 추세가 심화되면서 학생 수가 감소에도 가계의 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조선일보 DB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명목 기준)은 201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9% 증가하는 사이, 가계 교육비 지출은 10조5205억원으로 3.1%나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교육비 지출 규모는 2012년 1분기(10조6064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또 가계 교육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3.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교육비 지출 증가폭이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 증가폭보다 컸다는 것은 가계가 주거비나 식비, 의복비, 여가비 등 다른 목적으로 쓴 지출보다 교육비를 더 많이 늘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가계 국내 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분기 5.1%에서 5.2%로 확대됐다.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급증한 데에는 1인당 사교육비가 높아진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5.9% 증가한 27만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통계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자녀가 포함된 가계도 포함한 전국 통계이기 때문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원 수준으로 낮게 나왔지만, 실제 가계 부담은 훨씬 크다.

    저출산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교육 환경상 가계의 교육비 부담은 증가 추세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 입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사교육 범위도 예체능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교육비 지출이 다른 부분의 소비를 억제해 내수 위축을 일으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계의 노후비 축적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가계의 교육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맞벌이가 늘고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아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가계가 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며 "정부가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교육비 외 다른 소비 여력 제한에 따른 내수 위축, 가계 수지 악화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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