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가라더니… 낱개보다 더 비싼 추석 선물세트

입력 2018.09.20 03:07

백화점·마트 가격 비교해보니… 최대 40% 더 비싸

19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은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햄과 참치, 식용유 등을 상자에 담아 포장한 선물세트가 판매대에 가득했다. 업체 판촉 직원들이 상품 목록과 가격이 적힌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정상가보다 30% 이상 할인한 좋은 조건이다" "남은 물건이 몇 개 없다"며 서둘러 사라고 권했다.

CJ제일제당 스팸 선물세트 코너에도 손님이 몰렸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3호 선물세트' 가격은 6만1800원. 200g과 340g짜리 스팸을 각 6개씩, 총 12개 담은 세트 상품이다. CJ제일제당의 '2018 추석 선물세트' 홈페이지에 나온 '정상가'는 9만1000원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가공 식품 매장에서는 스팸을 묶음 판매로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200g 제품은 개당 가격이 3880원이지만, 3개 묶음에 1개를 끼워 1만1480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개당 2870원꼴이다. 340g 제품은 개당 3795원이었다. 캔 12개짜리 3호 세트의 알맹이를 따로 사는 데는 3만9990원 드는 것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덩치만 크고 가격이 비싼 선물세트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알록달록한 상자에 담아 멋지게 포장해 놓았지만, 막상 선물세트의 내용물을 보면 마트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똑같고 가격만 껑충 뛰기 때문이다. 최근 명절 선물 포장 폐기물을 줄이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비싼 돈 주고 쓰레기를 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낱개로 사면 3만~4만원, 세트는 6만원

이날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참치캔과 캔햄을 함께 담은 '사조 안심특선' 선물세트 가격표에는 4만3800원이라 적혀 있었다. 살코기 참치캔(135g)이 12개, 안심팜 캔햄(115g)이 4개 들어 있었다. 바로 옆 가공식품 코너에선 150g짜리 참치캔을 4개에 6580원에 팔고 있었다. 안심팜은 200g짜리 3개에 1개를 끼워 총 4개를 1만880원에 팔았다. 중량이 훨씬 많은 캔과 햄으로 개수를 맞춰도 3만620원으로, 추석 선물세트보다 40% 이상 싸다.
주요 식품업체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와 낱개 구입 가격

동원 추석 선물세트 코너에선 '정상가' 5만800원짜리 '동원 튜나 리챔'을 3만556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동원F&B 관계자는 "선물세트 판매 목록에 정상가를 적어 놓았지만 실제로 이 가격을 다 받고 판매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주부 정모(35)씨는 "대폭 할인해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은 업체에서는 "추석 선물세트는 명절 3~4개월 전부터 별도 인력을 투입해 포장 작업을 하고, 포장 자재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며 "일반 상품과 단순 비교하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포장이 과도한 것"이라고 한다. 주부 박모(34)씨는 "큼직한 상자에 담긴 선물세트를 받은 뒤 상품을 꺼내면 작은 종이 봉투에 담을 수 있을 정도"라며 "포장재는 받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간다"고 말했다.

샴푸 등 생활용품은 선물세트가 더 저렴

선물세트 가격의 거품은 폼목에 따라 달랐다. 샴푸와 비누 등 생활용품 선물세트는 낱개로 살 때보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했다. 보디워시와 샴푸 등 13가지 생활용품이 들어있는 LG생활건강의 '행복가득 9호' 선물세트는 롯데백화점 판매 가격이 4만9900원이었다. 하지만 낱개로 뜯어보면 각각의 상품을 합한 가격이 선물세트 가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매장 직원은 "개당 1만500원인 보디워시 제품 2개와 개당 4000원짜리 칫솔 2개, 5종의 샴푸·컨디셔너 등 9종만 합해도 가격이 4만7200원이 돼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단위 가격을 찬찬히 비교한 뒤 구입해야 '호갱(호구+고객)'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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