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고액의 선금을 받은 뒤 사실상 치료를 중단해 사기 논란을 빚은 서울 압구정 투명치과의원 피해자들이 신용카드 할부금 잔액 27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밝혔다.
투명치과는 저렴한 가격에 치아교정을 해준다며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을 통해 무더기로 환자를 유치한 뒤, 지난 5월부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정상 진료를 중단해 1만여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신용카드 할부로 병원비를 낸 환자들은 '소비자 항변권'을 근거로 할부금 청구를 중단해달라고 카드사에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병원이 어떤 형태로든 진료를 계속하는 이상 항변권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없다며 거부해왔다.
그러나 공정위가 카드사들과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카드사들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항변권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남은 할부금 27억원을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할부금 지급을 중단하려면 반드시 피해자가 직접 카드사에 연락해 항변권을 행사해야 한다. 신용카드사에 지급 거절 의사를 통지한 이후 납부한 할부금이 있는 환자는 해당 금액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다. 또 카드사가 강 원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받으면 이미 납부한 할부금도 피해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투명치과가 할부거래법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강남구청에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통보했다. 과태료는 500만원 이하로 경미한 수준이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투명치과 사례처럼 고액 할부거래와 관련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할부거래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확인하고, 할부거래업자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항변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