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정비 제대로 하겠다며 아시아나, 200개 항공편 없애

조선일보
  • 원우식 기자
    입력 2018.08.17 03:08

    예약한 1만5000명 고객들 '불똥'
    "하루 밀린 항공권 구해준다지만 호텔 1박 추가비는 누가 낼건가"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3월까지 예정된 비행편 가운데 200여 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출발 지연 사태가 계속되자 국토교통부가 "항공편을 줄이라"고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항공권을 미리 예약해둔 1만5000여 명이 불편을 겪게 됐다.

    11월 결혼할 예정인 강모(26)씨는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하고 지난 3월 호텔과 항공권을 예약했다. 지난 7일 강씨는 돌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하계 스케줄 변경으로 귀국편이 하루 미뤄졌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상담원은 "다른 항공권을 수배해주고 취소할 경우 수수료가 면제된다. 이외의 보상은 어렵다"고 했다. 아시아나 측에서 제시한 다른 항공편과 여행 일정이 맞지 않아 강씨는 애초보다 30만원 더 비싼 다른 항공사 표를 샀다.

    안모(30)씨도 11월 출발 항공권을 예약했지만 최근 운항 변경을 통보받았다. 안씨는 "일정 변경으로 렌터카와 숙소 계약금을 날렸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운송 약관에는 없지만 피해가 증명되면 보상도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피해자는 "보상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운항 지연이 많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정비 실태를 조사하고 감편을 권고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2018년 상반기 운항 지연율(총 운항편 중 15분 이상 지연된 운항편)은 57.7%로 국내 10개 항공사 중 1위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0월 9일부터 6개월간 미국 6개 도시, 유럽 6개 도시에 주(週)당 82회 운항하던 항공편을 75회로 줄이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승객 추이 등을 감안해 통상 6개월에 한 번씩 운항 횟수를 조정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체 정비를 위해 수백 편의 운항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선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항공기 적정 정비 시간에 대한 정부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운항 편수를 줄이라고 강요해 이런 혼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토부가 특별점검을 나머지 9개 항공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감편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 입장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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