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층별 매장 구성 '90년 공식' 깼다

조선일보
  • 김충령 기자
    입력 2018.08.10 03:07

    온라인 공세에 맞서 파격 변신

    4개월간 재단장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문을 연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 1~3층 해외 패션·향수·화장품 매장에 이어 4층에 가전·가구·식기 등을 판매하는 리빙관이 들어섰다. 재단장 전 4층을 차지했던 여성복 매장은 5~6층으로 밀렸다. 올해 말 8~9층에 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인 이 점포는 재단장을 하며 패션·잡화 매장의 면적을 약 10~20% 줄였지만, 리빙관의 면적은 그대로다. 리빙이 여성 패션보다 유동 고객 수가 많은 저층에 배치된 것은 우리나라 백화점 가운데 무역센터점이 최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서울 천호점 1층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을 입점시켰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대규모 식음료 매장을 배치한 것도 이례적이다. 영업 면적만 300㎡(약 90평)로 1층 매장의 8분의 1에 달한다.

    90년 이어진 백화점 매장 구성의 공식이 깨졌다

    지금까지 백화점 매장은 '식품 → 해외 패션 → 여성 패션 → 남성 패션 → 리빙' 순으로 배치하는 게 전통이었다. 8층 규모 백화점의 경우 지하 1층엔 식품관을, 지상 1~2층엔 명품·화장품, 3~4층은 여성복, 5~6층은 남성복·스포츠, 7층 리빙·아동, 8층엔 식당가를 배치하는 식이다. 1930년 국내에 처음 문을 연 백화점 '미쓰코시 경성점'부터 내려온 불변의 원칙이었다. 배치의 기준은 아래층부터 매출이 높은 순이었고, 리빙은 구색 맞추기용이었다.

    2일 서울 강남구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4층 리빙관의 모습. 이 점포는 재단장을 하면서 리빙관을 여성 패션(5~6층)보다 유동 고객 수가 많은 아래층에 배치했다. 리빙이 여성 패션보다 저층에 배치된 것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무역센터점이 최초다.
    2일 서울 강남구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4층 리빙관의 모습. 이 점포는 재단장을 하면서 리빙관을 여성 패션(5~6층)보다 유동 고객 수가 많은 아래층에 배치했다. 리빙이 여성 패션보다 저층에 배치된 것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무역센터점이 최초다. /김연정 객원기자

    백화점이 90년 공식을 깨는 파격 실험에 나선 이유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인 지난 2013년 현대백화점의 패션·잡화 매출 비중은 74.7%였지만, 지난해엔 72.0%로 2.7%포인트 줄었다. 반면 리빙 매출 비중은 2013년 8.5%에서 지난해 10.1%로 늘며 처음 10%를 넘었고, 식품 매출 비중도 2013년 16.8%에서 지난해 17.9%로 1.1%포인트 증가했다.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3년 롯데백화점의 패션·잡화 매출 비중은 77.6%였지만, 지난해엔 74.6%로 3%포인트 줄어든 반면 식품 매출 비중은 2013년 11.8%에서 지난해 13.3%로 늘었다. 백화점의 중심축이 패션·잡화에서 리빙·식품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의 세이부백화점 도코로자와점은 1층에서 패션관을 철수시키고 대신 식품관을 전면 배치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층별 구성을 바꾼 무역센터점의 지난달 리빙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했고, 전체 매출도 7.7% 늘었다"고 했다.

    온라인의 파고에… "콧대 높은 백화점도 변해야 산다"

    층별 구성 공식 깬 현대백화점

    오프라인 유통업의 '맏형' 격인 백화점도 변화하지 않으면 온라인의 파고에 맞설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 감소한 29조2400억원이었다. 2012년 이후 29조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과거의 방식만 고수하다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자체 브랜드(PB) 선글라스 편집숍 '뷰(VIEU)'를 한 골프장 매장에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의 브랜드가 롯데그룹 유통망 외의 다른 곳에 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글라스 수요가 높은 골프장에 입점해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자사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서울·대전 번화가에 로드숍 형태로 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10일 서울 광진구 건대점에 '롯데 몬스터 VR(가상현실)' 실내 테마파크를 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건대점은 20∼30대 고객의 매출 비중(35%)이 매우 높다"며 "VR 테마파크가 젊은 고객을 백화점으로 유입시키고, 장시간 머물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백화점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를 해야 한다"며 "특히 52시간 근무제가 안착되며 리빙 분야의 우선순위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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