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주식회사를 아시나요?”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가 도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도 재정이 건실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도민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설립됐다.
지난 1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경기도주식회사를 찾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쌀과자 등의 먹거리부터 쌀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 도마, 섬유보호제 등의 공산품까지 수백종의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중소기업 경영인들 등 다양한 이들이 투자한 회사다. 경기도의 재정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기업들의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를 대행해준다.
경기도주식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이는 잡지사 기자와 CJ그룹 마케팅팀을 거친 김은아 대표다. 그 동안의 마케팅 경력을 평가받아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로 뽑혔다.
스스로가 경기도민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대표 공채에 응모했다는 김은아 대표(사진·45)를 만나 경기도주식회사의 역할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경기도주식회사는 2016년 11월에 설립됐다.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직원을 모집해 6개월 동안 사업 전략 준비, 상품 모집, 중소기업 현황 파악, 중소기업 회원사 모집 등을 진행했다. 2017년 7월부터 유통채널에 진입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회원사로 가입된 기업은 약 3400개로 경기도주식회사가 유통·판매하는 상품 수는 2200개쯤 된다."
-1년 만에 등록된 기업과 상품이 예상보다 많다.
"경기도내 제조 중소기업만 12만3000개쯤 된다. 우리회사가 기간 대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기도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으로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2200개의 상품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최근에는 위메프, 11번가, G9, SSG, CJ몰, 롯데몰, 자사 플랫폼, 스토어팜 총 8개의 온라인 플랫폼과 DDP 안테나샵, 시흥 프리미엄아울렛 내 바라지마켓 등 2개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8월 섭외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모두 10개쯤 된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설립 배경은.
"기존에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았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제조 중소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그 중 95%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사실상 10인 이하의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제조 중소기업의 문제점은 보유 인력이 전부 제조 중심이어서 지원사업에 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제조 중소기업들은 잘할 수 있는 제조에만 집중하고, 유통이나 마케팅을 전담해줄 수 있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관을 설립해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경기도주식회사가 만들었다."
-취지가 좋은 것 같다. 중소기업의 유통·마케팅 대행은 무료로 진행되나.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보통 민간기업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된다. 서울 동대문에 운영 중인 DDP 안테나샵 매장은 수수료가 없고, 시흥 바라지마켓의 경우 판매 가격의 2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수수료 이외에 중소기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온라인의 경우 판매 가격의 5~10% 가량을 수수료로 책정한다. 중소기업이 각 유통 채널에 자체적으로 진입할 경우 상세 페이지 제작, 촬영, 주문 인력 채용 등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상당한데 경기도주식회사를 통해 진행할 경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공공성을 지닌 주식회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공성을 지닌 주식회사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경기도주식회사는 94명의 단체 혹은 개인 주주로 구성돼 있다. 단체에는 상공회의소, 경기도내 중소기업 단체, 협회 등이 포함된다. 경기도가 지원하는 대행 사업비는 수익 사업을 할 수 없고,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마케팅 대행이나 디자인 개선사업 등에만 쓸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운영비는 자체 수익으로 해결한다. 경기도 내 18개 중소기업이 협업해 만든 기획 상품 '라이프클락'의 경우, 판매를 통해 마진을 취하게 되면 그 마진으로 회사의 운영비 등을 충당한다. 지원사업비와 판매 수익이 철저히 분리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에 '긴장감'이 생기고, 기존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주식회사와는 수익의 정의가 다르다. 도내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면서 적자 없이 조직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의 생애 주기에 걸쳐 지원을 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올린 성과가 있다면.
“2017년 하반기부터 진행한 중소기업 디자인 개선 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34개 기업, 36개 제품에 대해 디자인 개선작업을 진행했다. 개선 전후 매출을 비교해 보면 작게는 40%에서 크게는 180%까지 증가했다. ‘어싱테라피키트’를 제조 및 판매하는 쉴드그린은 원래 조선업 관련 회사였다. 조선업의 불황을 계기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파 차단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유통 및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경기도주식회사의 디자인 개선 사업을 통해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했으며, DDP 매장에 입점해 주요 바이어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말레이시아 호텔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월 열린 리빙페어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모 제약회사에서 직원 선물용으로 다량 구매했다. 도마를 만드는 주방생활용품 전문업체 제이엠그린 역시 제품을 북유럽 풍의 다크그레이(진회색)로 개선해 유럽 바이어와 수출을 논의 중이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려면 전문가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임직원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직원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디자인 워킹 그룹이나 제품 리뷰를 써 올리는 ‘인플루언서’ 그룹은 별도로 운영한다. 인플루언서 그룹에서 글을 올리면 당일 저녁에 제품 주문이 100개 이상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협업(코워킹) 채널은 인플루언서들이 좋은 일에 뜻을 같이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제품 리뷰를 하는 것을 넘어 ‘같이’ 좋은 일을 한다는 개념으로 운영된다.”
▲경기도주식회사가 회원사와 협력해 만든 라이프클락.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매출은.
"2017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직접 유통 매출은 7억원이었다. 올해 6월까지 집계했을 때는 1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많다. 직접 유통 매출은 판매 수수료와 기획 상품 '라이프클락'의 판매 수익으로 올린다.라이프 클락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누적 판매량이 2만3000개를 돌파했다. 라이프 클락은 경기도 주식회사 기획상품 1호로 재난대비 키트다. 기초 구호용품 5종과 긴급상황 연락 카드, 재난안전 매뉴얼로 구성되며 시계가 달려 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대표가 되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
"디자인하우스와 CJ푸드빌에서 재직했다. CJ푸드빌에서는 마케팅을 담당해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의 브랜드 리뉴얼을 담당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설립될 당시 대표는 유통·마케팅 현업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맡기자는 의견이 있었고, 두 번의 재직 경험이 계기가 되어 경기도주식회사에 오게 됐다."
-20년 가량을 일한 직장을 포기하고 경기도주식회사의 대표가 된 이유는.
"마케팅 능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러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사실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다. 직장생활을 20여년 했는데 경기도주식회사의 대표가 되는 일이 나 자신에게 사명감을 주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반 기업에서 100%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하다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스스로의 인생 그림에도 큰 획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은아 대표가 라이프클락 기증식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 제공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로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중소기업 지원사업 미팅 등을 통해 다양한 도내 중소기업 대표님들을 만날 때, 제조 일선에 계셨던 대표들이 직접 미팅에 참여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 제조 중소기업의 인력 상황이 피부로 느껴졌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제조 중소기업이 모여 있지만 그러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도, 활용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주식회사의 대표로서 일차적으로 제조 중소기업의 유통과 마케팅, 디자인을 지원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각 중소기업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워크의 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본의 '무지(MUJI)'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MUJI'는 1980년에 설립된 일본의 생활용품, 의류, 가구, 학용품, 식품 브랜드다. '합리적인 공정을 통해 생성된 제품은 매우 간결하다'는 설립 목적에 맞게 정확하고 간결한 제품을 추구한다. 일본 공산품에 모던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도입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났다.
한국에도 최근 '가심비(價心比)'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뜻하는데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회사도 이렇게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고, 중소기업과 동등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소기업으로 키워 나가는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자체 쇼핑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해 자사 플랫폼의 쇼핑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비박스'라는 맘앤키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아마존 입점도 준비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8월 중 알리바바 티몰에 입점할 예정이다. 10월에는 베트남 캐슈넛과 경기도 콩으로 만든 두유 경기도형 공정무역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