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수수료 제로 페이?… 거침없는 정부만능주의

조선일보
  • 최형석 기자
    입력 2018.08.03 03:08

    서울시, 官주도 '서울 페이' 도입, 민간기업들이 수수료 떠안기로
    국민연금·먹방… 곳곳 시장 간섭

    지난달 중순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수료 0%대인 '소상공인페이' 도입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수수료 제로(0)'를 내건 '서울페이'를 들고나오자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페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본인 계좌 돈을 상점 계좌로 곧바로 넘기는 방식인데,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은행, IT 기업 등 민간 업체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걸 전제로 수수료 제로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수억명의 중국인이 사용하는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모두 민간 기업이 개발한 페이다. 그런데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에서는 거꾸로 소상공인페이, 서울페이 등 '관제(官製) 페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관(官) 주도의 서비스 비용을 민간 회사에 부담시키는 꼴"이란 얘기가 나온다. 얼마 전엔 은행권이 알리페이 같은 결제 서비스를 내년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구축에 돈이 들어 상인들에게 1% 미만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만약 정부와 서울시가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말라고 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관제 페이를 얼마나 쓸 것인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민간과 시장 영역에 간섭하는 정부 만능주의는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과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엔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가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만능주의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작년 8·2 부동산 규제책 이후 지방 아파트 값은 2% 떨어진 데 반해 강남권 아파트 값은 10% 넘게 올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까지 벌이고,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남미처럼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시장을 규제하고 분배를 강조하는 개입을 했다가 경제가 망가지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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