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로 들여다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식문화

만두는 한국에서 만두라는 총칭으로 대별되는 음식이지만, 중국에서는 교자, 포자, 만두, 완탕, 샤오마이, 딤섬 등 다양한 명칭으로 구별된다. 중국의 문헌이나 발굴된 유적에 비추어 볼 때 처음에는 대개 몽골과 인근 유목 민족의 음식이 중국에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전파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된, 즉 2천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녔으리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비슷한 음식을 동에서 서로 훑어 보면, 몽골의 보즈(Buuz)∙호쇼르(Khuushuur), 중앙 아시아와 터키의 만투(Mantu)∙만티(Manti), 캅카스 산맥 이남의 힌칼리(Khinkali)와 캅카스 산맥 이북의 할리바(Haliva), 동유럽의 피에로기(Pierogi)∙바레니키(Vareniki), 이탈리아의 라비올리(Ravioli)∙토르텔리니(Tortellini), 스페인의 엠파나다(Empanada) 등은 직접 영향을 받았거나, 또는 우연히 비슷할 수도 있는 사촌지간이라 하겠다.

딤섬(Dimsum)은 홍콩을 중심으로 세계화된 음식에 이름 붙임이다. 보통화 중국어 발음으로는 뎬신(点心)이고, 글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는 정도로 가볍게 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원래의 의미로는 과자류 같은 것도 포함하는 것인데, 이제는 주로 교자, 포자, 샤오마이 등 만두류를 칭하는 것으로 되었다.

교자(饺子)는 중국에서 정초 춘절에 먹는 대표 음식이다. 교자는 반달 모양이면서 사람의 귀 모양이다. 그래서 옛적 중국에서는 교자를 교이(娇耳)라고도 했다.

딤섬 중에서 교자는 만두피가 얇은 것, 포자는 만두피가 두꺼운 것이라고 알면 일단 쉽다. 샤오마이(烧卖)는 위가 열려 있어 속을 볼 수 있는 만두피에 재료를 담아 만든다. 춘권은 얇은 피에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서 먹거나, 이것을 튀겨서 먹는 것이다. 이들 교자, 포자, 샤오마이, 춘권 이외에 과자, 국수로 먹는 분(粉)도 뎬신에 포함된다.

춘권(春卷)은 정초의 춘절에 먹는 음식이라서 이렇게 이름이 붙었고, 춘권에 넣는 재료가 봄에 나오는 식물이 많아 춘권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는 덤이다. 중국 회수 이남의 강남에서는 춘절음식으로 특히 춘권과 떡(年糕) 그리고 탕원(汤圆)을 즐긴다. 중국 회수 이북 사람들은 춘절 대표 음식으로 교자를 쳐준다.

만두(馒头)와 포자(包子)는 교자에 비해 빵이 두툼하고 발효된 빵을 쓰는 경우가 많다. 만두는 속이 없고 포자는 속이 있어 서로 다르다. 교자가 몽골 인근에서 유래했다면 포자는 사천 지방에서 기원했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포자 안에 국물이 있어서 국물을 먼저 먹는 것이 소롱포(小笼包)이다. 소롱포는 송나라 때부터 시작하여 강소성 등지에서 유행했다. 속은 돼지고기나 해산물을 쓰고, 포자를 찌는 롱(笼) 바구니에 소롱포 열 개씩을 담아 쪄낸다.

몽골의 만두 보즈(Buuz∙БУУЗ)를 판매한다고 되어 있는 카페(КАФЕ). 보즈를 ‘몽골 전통의 패스트푸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완탕(馄饨)과 교자는 중국에서 내려오는 문헌들에서조차 서로 바뀌어 기록될 정도로 비슷한 음식이다. 광동식 발음 완탕의 만다린 중국어 발음은 훈툰(혼돈∙馄饨∙만두혼,만두돈)이다. 훈툰이라는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 일관되게 나오는 것이 훈둔(혼돈∙混沌∙섞일혼,어두울돈)이라는 단어와의 연관성이다.

우리에게 ‘오월동주’라는 성어로 익숙한 월나라의 절세미인이라 일컫는 서시(西施)가 실존 인물이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와는 별개로 어쨌든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서시는 와신상담 월왕(越王)의 미인계로 오왕(吴王)에게 보내지는 바, 서시가 완탕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오왕에게 대접했고 음식의 이름을 묻는 오왕에게 조롱하는 의미로 혼돈(混沌)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 혼돈 명명의 첫번째 설이다.

두번째 설은 이 음식을 만들 때 대충 만들고 그 모양새가 볼품이 없어 혼돈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한편 후일 훈둔(混沌) 단어가 변해서 음식의 부수(食)가 들어간 한자 훈툰(馄饨)으로 바뀌었다는 데 대해서는 다른 이견이 없는 편이다. 훈툰이 세계화되면서 영어로는 광동어 발음을 따서 완탕(Wonton)으로 옮겨졌다. 광동 지방에서는 같은 발음으로 ‘한입에 먹는다’는 뜻의 완탕(Wonton∙云吞)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참고로 만다린 중국어 발음의 완탕(丸汤) 또는 완즈탕(丸子汤∙환자탕)이라는 다른 음식이 있다. 이것은 돼지고기, 채소등 각종 식재료를 동그랗게 뭉쳐 완자로 만들어 국물에 같이 끓인 음식으로, 위에 말한 딤섬의 완탕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교자(饺子∙쟈오즈)는 모퉁이 모양이 많은 음식이라서 다른 이름은 쟈오즈(角子)이다. 찐 교자는 증(蒸)교자, 튀긴 교자는 작(炸)교자이다. 교자는 반달 모양이면서 사람의 귀 모양이다. 그래서 옛적 중국에서는 교자를 교이(娇耳)라고도 했다. 중국의 설화로는 옛 의사가 귀 동상에 걸린 환자에게 먹여 낫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교자가 추운 지방에서 온 음식이고, 겨울철에 얼려 두었다가 금세 조리해서 먹기 쉬운 음식이라서 생겨난 이야기로 짐작된다.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만두 펠메니(Пельмени). 상점에 가면 냉동 펠메니 제품이 다양하다. 옛부터 얼려 두었다가 바로 조리해 먹었던 식문화가 전승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를 러시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서 흥미롭다. 대표적인 러시아 음식이 펠메니(Пельмени)이다. 펠메니는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만두이다. 속에는 고기, 채소도 넣지만, 과일까지 넣어 먹는 점은 특이하다. 펠메니가 언제 러시아로 들어왔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개 몽골의 지배가 있었던 13세기로 본다. 펠메니라는 이름 자체도 몽골에서 서쪽으로 넘어오는 우랄 지방의 우드무르트 언어로 ‘귀의 빵’이라는 뜻의 펠-난(Пель-нянь)에서 비롯되었다. ‘귀’라는 공통분모를 중국이나 러시아가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도 펠메니는 얼려두었다가 외부에서 빠르게 조리해 먹는 음식으로 시베리아 등지에서 초기에 자리잡았다. 이 또한 중국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러시아에는 펠메니 이외에도 피로슈키(Пирожки)와 체부례키(Чебуреки) 등 만두 모양을 한 음식들이 많다.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 러시아와 중국은 각기 매우 다를 것 같으면서도 사회,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긴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고 사회주의를 함께한 경험도 강조할 만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전쟁 이후 한국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는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 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