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기업들, ESS에서 돌파구 찾는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8.07.18 03:07

    삼성SDI, 美 전력시장 집중 공략… LG화학, 글로벌 기업과 납품계약
    태양광·풍력 등 저장하는 장치, 중국 정부 견제없는 블루오션

    한국의 양대(兩大)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LG화학이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S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나 저렴한 심야 전력을 미리 저장해뒀다가 꺼내 쓰는 장치로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최근 들어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전기차용 배터리는 중국 정부의 견제로 계속 난항을 겪자 새로운 수익원(源)으로 ESS용 배터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2015년 중국 시안(西安)에 세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ESS용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고 있고, LG화학 역시 중국 난징(南京) 배터리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에서 곧바로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전환이 수월한 편"이라며 "당장 전기차 분야에서 실적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발 빠르게 ESS 시장을 공략하면서 수익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력 시장 공략하는 삼성SDI, 가정용 시장 키우는 LG화학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하와이주(州) 카우아이섬의 태양광 ESS 프로젝트에 25만여 개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했다. 앞선 지난 2월에는 세계 최대의 ESS 전력 프로젝트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력망 프로젝트에 참여해 240MWh(메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를 납품했다. 이는 2016년 미국의 전력용 ESS 시장(480MWh)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2만여 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를 통해 최근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북미 전력 시장을 집중 공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현지 태양광 업체인 선그로우와 ESS 합작사인 선그로우-삼성SDI(SSEB)를 설립해 현지에서 ESS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이를 중국·일본·캐나다 등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전력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장치들. 단일 ESS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최근 한국 대표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와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전력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장치들. 단일 ESS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에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최근 한국 대표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와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

    LG화학은 글로벌 대기업들과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1위 ESS 설치 기업인 미국 AES 에너지 스토리지에 2020년까지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작년 8월에는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인 이케아와 ESS용 배터리 납품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의 배터리는 이케아의 가정용 ESS 제품인 '솔라 파워 포탈'에 탑재돼 유럽·북미 시장에 판매된다. 태양광 패널 업체인 미국 선런·피터슨딘에도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국 견제 없고, 성장세 가파른 ESS. 배터리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다

    급성장하는 ESS 시장 그래프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를 포함한 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은 작년 61억달러(약 6조8600억원)에서 2025년 420억 달러(약 47조 2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전기차 시장에서는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2% 남짓으로 위축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당분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ESS용 배터리는 중국 정부의 견제가 없고, 오히려 현지 기업들이 한국에 협력을 요청할 정도다.

    삼성SDI와 LG화학은 ESS용 배터리를 발판 삼아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삼성SDI가 사상 최초로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 흑자(黑字)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 역시 올 2분기 전지 사업에서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성장 둔화,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견제로 이중고를 겪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ESS용 배터리라는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며 "수년 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시스템)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저장 장치를 말한다. ESS용 배터리는 주로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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