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빈준길 뉴로핏 대표 "AI 기술로 뇌 자극, 치매 등 뇌질환 치료"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8.07.06 06:10

    “우리는 뇌(腦)를 분석해 치매 같은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왔습니다. 연구 기술을 제품으로 구현해, 질병 치료와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어 회사를 차렸습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뇌 과학 전문 스타트업 뉴로핏(Neurophet) 사무실에서 만난 공동 창업자들의 이야기다. 뉴로핏 창업자 빈준길 대표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시기에 할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전기 뇌 자극 분야를 연구 분야로 택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공동 창업자인 김동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6~7년간 해온 연구를 연구로만 끝내기에 아쉬움이 컸다”며 “연구해온 기술이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스타트업 뉴로핏의 빈준길 대표이사(CEO), 김동현 최고기술책임자(CTO), 강성욱 이사(CBO). /허지윤 기자
    뉴로핏은 뇌과학 분야 연구용·의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개인맞춤형 뇌자극효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뉴로핏 tES LAB’을 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 개개인에게 보다 정밀하게 뇌자극을 할 수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빈준길 대표는 “워낙 기술 자체가 어렵다보니 이 기술을 제품화하는 것을 성공한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며 “우리가 회사를 설립한지는 얼마 안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약 8~9년의 기술 연구·개발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뇌 질환을 치료하는 전기적 뇌 자극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를 해온 빈준길 대표와 김동현 박사는 2016년 3월 뉴로핏의 법인을 설립했다. 두 창업자와 같은 연구실 선배였던 강성욱 이사는 다니고 있던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를 나와 이들의 도전에 합류했다.

    설립한지 3년이 안 된 이 회사의 기술력을 연구자들과 업계는 알아봤다. 뉴로핏은 광주과학기술원 학생 벤처로는 최초로 전문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신경과를 비롯한 국내 대형병원과 미국 연구기관에서 이들이 올해 출시한 연구용 소프트웨어 개인맞춤형 뇌자극효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뉴로핏 tES LAB’을 구매해 활용하고 있다.

    빈 대표는 “출시한 프로그램의 1년 매출 목표를 이미 채웠다”면서 “사업화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제품을 출시하면 연구 단계에서 바로 쓰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현재 뇌자극 치료(경두개직류자극술)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의료에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진보된 뇌과학 기술로 뇌질환을 정복하고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가 밝힌 뉴로핏의 비젼이다. 빈 대표는 “연구용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시장 판매에 집중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확실히 실제 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빈준길 대표와 김동현 박사, 강성욱 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tES 기술에 대해 설명해달라.

    “경두개전기자극(transcranial electrical stimulation·TES)으로 전류를 두피에 흘려 뇌를 자극하는 치료기술이다. 두피를 통해 미세한 전류를 흘려주면 일부가 뇌피질에 도달해 뇌신경의 활성을 변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치료법이다. 전기나 자기로 수술적 치료(침습) 없이 뇌 특정 부위를 안전하게 자극해 신경을 조절하는 비침습 뇌자극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근 뇌과학 기반 전기자극술에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다.

    “그렇다. 구글(Google) 모회사 알파벳과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바이오일렉트로닉스(전자의학)’ 합작법인을 세워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도 이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약물 내성 환자에 관한 문제 해결 등 기존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또는 약물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대규모 연구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치매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기뇌자극 치료’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분야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로선 치매에 대한 최선책이 인지기능장애를 보다 빨리 진단해 인지기능 퇴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다 보니 ‘전기뇌자극술’이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개발 프로그램 ‘뉴로핏 tES LAB’에 대해 소개해달라.

    “쉽게 말하면 환자 두뇌에서 전기 자극이 어떻게 퍼질 것인가’를 인공지능 기반 기술로 정밀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목표 영역을 정밀하게 자극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는 최적의 자극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인공지능이 개인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영상을 보고 자동으로 뇌 영역을 구분한다. 또 분할된 구조 정보를 통해 생물학적 특성까지 고려해 뇌 주름 하나하나까지 고려한 3차원 개인 뇌모델을 제작한다. 이렇게 생성된 뇌 모델의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고 각 전극 위치에서 발생하는 전류 흐름을 물리 해석을 통해 정확히 계산·예측한다. 1분 이내로 뇌분할이 가능해 환자 앞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 3D 뇌 모델링, 자극효과 분석 등의 기술도 통합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없던 것인가. 그동안 연구에 쓰는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뉴로핏의 소프트웨어에 구현된 기술 하나하나가 굉장히 큰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각 기술을 고도화·자동화·초고속화하는 작업을 거쳐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 이 시도 자체가 어렵다.

    그동안의 ‘MRI영상 사용 뇌 분할’은 뇌 영상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프리서퍼 (FreeSurf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는데 약 8~24시간이 걸린다. 긴 소요 시간 탓에 진료현장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분할 데이터를 주고받고, 모델을 만드는데만 1~2일이 걸린다. 반면 뉴로핏의 솔루션으로는 전 과정을 다 거쳐도 20-30분 이내로 구현이 가능하다. 연구용 프로그램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계속 개발했다.”

    -출시 후 시장 반응은 어떤가.

    “한국에서의 1년 목표 매출은 이미 채웠다. 특히 연구진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고 특히 산업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기술 제휴 요청이 들어왔다. 미국 모 대학 연구진과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의료진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이름을 거론할 수 없다. 양해를 구한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8 유로피안 뉴로 컨벤션(European Neuro convention)의 뉴로핏 전시 부스. /뉴로핏 제공
    -연구용 프로그램 판매 가격은 얼마인가.

    “수천만원대라고만 말씀드리겠다. 우리의 목표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이 아니라 저변 확대에 있기 때문에 기술적 가치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뉴로핏이 개발한 연구용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많이 공급해 우리 소프트웨어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표준화 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얼마나 투자받았나.

    “지금까지 약 6억~7억원의 투자 및 연구지원금을 확보했다. 아직 본격적인 투자는 없었다. 프리 시리즈A 단계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고,여러 투자회사에서 연락을 받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은 뭔가.

    “국내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어려움은 ‘데이터’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데 그 데이터가 병원 바깥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미국은 특정 데이터를 공개하는 데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병원 안팎의 규정을 통과해야한다는 점에서 벽이 있다. 인공지능은 결국 얼마나 좋은 데이터, 다양한 데이터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앞으로 병원 환자 데이터 공유 이슈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또 의료기기로서 인정받는 기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의료 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느냐가 큰 성패를 나누는데 그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는 것이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그 시기까지 버틸 수 있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도 있다.”

    -요즘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의 투자 동향은 어떤가.

    “초창기에는 앱 중심,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이 주를 이뤘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이디어·서비스 기반 창업은 포화 상태에 온 것 같다. 최근 투자자들도 기술 집중적인 회사를 선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뇌과학 분야 스타트업은 아주 적은데 2013년 미국의 ‘오바마 브레인 이니셔티브’, 유럽의 ‘휴먼 커넥터 프로젝트’ 등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스타트업도 늘고 있는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연구용 소프트웨어의 세계 시장 판매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통해 우리 기술의 치료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또 지금은 연구용 프로그램으로 출시했지만 최종 목적은 의료기기로 승인받는 것이다. 뉴로핏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환자 두뇌 구조를 보면서 정밀하게 자극 하는 게 중요한데, 우리의 소프트웨어로 네비게이션해 정밀 자극했을때 훨씬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또 하나는 기술 라이선싱(기술 수출) 성과를 거두는 것도 목표다. 향후에는 경두개자기자극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장비로 분석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진보된 뇌 과학로 뇌질환을 정복하고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뉴로핏의 비젼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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