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아시모' 은퇴… 그래도 휴머노이드 진화는 계속된다

조선일보
  • 박건형 기자
    입력 2018.07.05 03:06

    인간형 로봇 개발경쟁 이끌었던 '아톰' 꿈꾼 아시모, 18년만에 퇴장

    2000년 11월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가 신형 로봇을 공개했다. 아시모(ASIMO)라는 이름이 붙여진 키 120㎝, 무게 52㎏의 이 로봇은 등에 배낭(배터리팩)을 멘 모습 때문에 마치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연상케 했다. 아시모는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두 발로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최초의 로봇이었다. 아시모는 당시 로봇이라면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한팔 로봇이나 장난감 로봇만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아시모의 탄생을 지켜본 전 세계 과학자들은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휴보(HUBO),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아틀라스(ATLAS)를 만들었고, 도요타·소프트뱅크 등도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들
    휴머노이드 시대를 연 아시모가 18년 만에 은퇴했다. 일본 NHK는 지난달 28일 "혼다가 아시모 개발을 중단하고 관련 조직도 해산했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왜 아시모를 만들었고, 왜 개발을 중단했을까. 아시모의 뒤를 잇는 최강의 휴머노이드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현실의 아톰' 꿈꾼 아시모

    아시모의 시작은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만화의 신(神)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가 만화영화 '철완 아톰'을 선보인 해이다.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하늘을 날며 지구를 지키는 아톰은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아톰을 만화 속 캐릭터로 여기는 대신 1986년 혼다 로보틱스 연구소를 세워 아톰을 실제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도전이 아시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첫 등장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시모는 마치 어린이가 성장하는 것처럼 놀라운 발전 속도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1세대 아시모는 걷는 속도가 초당 0.44m, 시속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 2세대 아시모는 시속 6㎞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커피잔 같은 물건을 쥘 수도 있었다. 2011년 3세대 아시모는 달리기 속도가 시속 9㎞까지 빨라졌고 자유자재로 춤도 췄다. 수화(手話)나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관절도 정교해졌다. 심지어 사람의 명령을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음성 인식 기술도 탑재돼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아시모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장성이었다. 혼다는 2000년 아시모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대당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에 100대의 아시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계획을 계속 미뤘고, 결국 일반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실생활에서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혼다는 아시모에서 축적한 기술을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NHK는 "혼다가 아시모 관련 기술을 이용해 절대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사람의 근력을 강화해주는 보행 보조용 외골격(外骨格) 로봇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 더 치열해져

    과학계에서는 아시모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더 정밀한 동작이 가능해지고 배터리 사용 시간만 충분히 길어진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른 어떤 로봇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로봇업체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는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은 사람의 신체 구조에 최적화돼 있다"면서 "문을 열고 물건을 집거나 길을 걸어가는 것 같은 대부분의 동작을 사람을 모방하는 것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을 운전하거나 유독가스 밸브를 잠그는 동작, 소화전을 열어 소방호스로 화재를 진압하는 동작도 정교한 휴머노이드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혼다는 아시모의 뒤를 이을 재난용 로봇을 이미 만들기 시작했다. 혼다의 신형 휴머노이드 'E2-DR'은 사다리를 오르거나 좁은 폭의 문을 통과하고 바닥의 잔해를 치우는 등 재난 현장에서 꼭 필요한 동작에 최적화돼 있다.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도 차세대 휴머노이드 대표 주자다. 전기 대신 유압 펌프로 작동하도록 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고,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경사진 산길을 안정적으로 뛸 수도 있고 공중제비를 돌 정도로 제어 성능도 뛰어나다.

    KAIST의 휴보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휴보는 환경에 맞춰 바퀴와 두 발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정밀한 손동작도 척척 해낸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휴머노이드는 신소재, 제어 기술, 시각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상상 이상의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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