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書架)] '터미네이터'는 할리우드가 만든 산물… AI, 상상·판단 못해… 현실선 불가능

조선일보
  •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입력 2018.06.18 03:07

    메레디스 브로사드 '인공 非지능'

    메레디스 브로사드 '인공 非지능'

    인문학 전공자가 기술 만능주의의 한계나 인공지능(AI)의 폐해를 지적했다면 호소력이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공 비(非)지능'의 저자 메레디스 브로사드처럼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다수의 AI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문가가 그리 말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브로사드는 우선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거대한 인식의 격차가 있음을 지적한다. 잘 모르는 일반인이 경외감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일반(General) AI이고, 전문가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AI는 좁은(Narrow) AI다. 일반 AI는 터미네이터, 'I, 로봇' 등 할리우드식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다. 좁은 AI, 즉 현장의 AI는 일종의 알고리즘으로서 지극히 허술한 시스템에 불과하다.

    AI 알고리즘이 분명히 인간 두뇌에 비해 탁월한 면이 있다. 다만 검색, 번역, 내비게이션 등 주어진 데이터하에서 특정 과제에 대해서만 그렇다. AI는 상상, 종합, 도덕 판단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단지 계산을 통해 높은 확률 값을 부여받은 결과를 제시할 뿐이다. 체스나 바둑은 인간 지능의 수많은 기능 중 작은 하나에 불과한데 AI는 이 과업을 천문학적 계산 용량을 동원해서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것이다. 만약 머신 러닝이 과거 데이터에 의거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특정 연령대의 유색 인종을 예비 범죄자로 분류한다면 그것은 계산상 확률이 그렇게 부여된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기계에 불과한 AI는 사회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AI가 가져올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이 팽배한 이유는 그 주도자들의 편향된 세계관에서도 크게 기인한다. AI의 원조로 추앙받는 앨런 튜링이나 마빈 민스키, 기타 실리콘밸리의 천재급 IT 개발자들은 대개 사회적 교양인으로서는 낙제생이었다. 그들은 현실과 등을 돌린 채 꿈속에서 기술 낙원을 그리며 살았다. 그들의 상상이 각종 문화 콘텐츠로 가공되면서 세상에 퍼졌고 결국 사람들의 허망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AI 개발자의 철학 부재를 개탄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시스템이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AI의 진정한 효용은 그것이 인간과 함께하는 순환 시스템일 때라야 발휘된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도대체 왜 만들어야 하는가? 단지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나노봇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처럼 허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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