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의 풀꽃나무이야기] 잎 모양으로도 구별 쉬운 오대산 단풍나무과 나무들

조선비즈
  •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
    입력 2018.06.16 05:00

    오대산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산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싱거워지니까 설명해야 한다면, 다섯 개의 봉우리가 연꽃 모양을 이루는 태백산맥의 고산준령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림지대라고 하겠습니다.

    생물상이 워낙 다양하고 풍부해서 무려 1,000종이 넘는 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정사 쪽으로 차를 가지고 입산하려면 주차비 5천원에 문화재관람료 3천원을 내는 것이 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월정사 지나 구불텅한 길을 8킬로미터 정도 더 들어가면 상원사 주차장이 팔 벌려 맞아줍니다. 어디로 가든 절로 가는 셈이고,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절로 가는 셈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사자암 쪽의 전나무 숲
    예전에 오대산 식물을 보러 올 때면 상원사 주차장에 주차한 후 곧바로 등산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다 주차장 주변에 다양한 초본류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고개 숙여 땅바닥 쪽을 뒤져보는 데 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개 들어 큰 나무들을 살펴보다가 주차장 주변에는 목본류도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동일 면적에서 자라는 나무의 종(種) 수(數)가 이곳보다 많은 곳을 지금껏 본 적이 없습니다.

    상원사 주차장의 나무들
    버스 주차장과 승용차 주차장을 가름하는 주차장 한가운데만 해도 느릅나무, 황벽나무, 들메나무, 물푸레나무가 줄지어 있습니다. 주차장 가장자리에는 오대산의 명물인 전나무를 비롯해 층층나무, 난티나무, 명자순, 개벚지나무, 쥐다래, 산겨릅나무 등등이 어깨를 맞대고 자랍니다.

    계곡을 끼고 있다 보니 황철나무와 쪽버들도 간간이 보입니다. 주차장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를 일일이 보고 나오는 데만 해도 한 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것이 정상인 비로봉까지 다녀오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청괴불나무의 꽃
    상원사를 지나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에 이르는 등산로 주변에도 다양한 나무들이 서서 구분을 요하며 산행 시간을 더 잡아먹습니다. 시닥나무, 청시닥나무, 부게꽃나무, 복장나무, 각시괴불나무, 청괴불나무, 등칡, 회목나무, 산앵도나무, 산가막살나무, 털개회나무(정향나무), 회나무, 당단풍나무⋯.

    이 많은 나무들을 한꺼번에 알려고 하다 보면 머리에 쥐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대산의 나무 중 정확한 구분 방법을 알아두면 재미있는 나무 몇 종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시닥나무의 잎
    우선 시닥나무와 청시닥나무입니다. 식물명 앞에 ‘청’자나 ‘민’자가 붙으면 대개 기본종에 비해 뭔가가 없다는 뜻입니다. 청멍석딸기, 청복분자딸기, 청부싯깃고사리, 청쉬땅나무 등이 그렇습니다. 오대산에 자생하는 청괴불나무도 그런 경우라서 괴불나무에 비해 잎에 털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드물게 털이 있는 청괴불나무도 있지만 대개는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뭐가 없다는 의미 말고, 푸른빛을 의미하는 ‘청’자를 단 식물명도 있습니다. 청닭의난초, 청사조, 청소엽, 청시닥나무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시닥나무와 달리 청시닥나무는 줄기가 벽오동처럼 푸른색인 나무를 말합니다.

    시닥나무는 갈라진 잎 끝까지 톱니가 있다
    그래서 나무껍질을 보면 금세 구분할 수 있지만, 청시닥나무는 자생지의 환경에 따라 색이 애매해지기도 하고 큰 나무가 되면 푸른빛이 사라지면서 회갈색을 띠기도 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잎의 모양으로 두 나무를 구분하는 법을 알아두면 매우 유용합니다.

    살펴볼 곳은 잎의 가운데 갈래조각의 끝부분입니다. 시닥나무는 잎의 가운데 갈래조각의 끝부분, 즉 꼬리 부분까지 톱니가 조밀하게 나 있습니다. 반면에 청시닥나무는 같은 부분에 톱니가 거의 없습니다.

    청시닥나무의 잎
    청시닥나무의 ‘청’자가 나무껍질이 푸른색이서 붙은 것이지만 톱니가 없어서 ‘청’자를 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기억해 두면 절대 헷갈리지 않을 겁니다. 그것만 알면 구태여 나무껍질의 색을 보지 않더라도 시닥나무와 청시닥나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확인 차 꼭 나무껍질 쪽으로 시선을 주게 되지만 말입니다.

    청시닥나무는 갈라진 잎 끝에 톱니가 없다
    두 나무의 유사종이고 꽃이 특이한 부게꽃나무도 잎만 있을 때면 두 나무의 잎과 헷갈릴 수 있습니다. 부게꽃나무는 두 나무에 비해 잎의 형태가 원형에 가깝고 뒷면에 털이 밀생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 점을 잘 기억해 두면 오대산에서 부게꽃나무를 만나더라도 시닥나무나 청시닥나무와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부게꽃나무의 꽃차례
    부게꽃나무는 잎 뒷면에 털이 많다
    이들과 친척뻘인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산겨릅나무, 복장나무 등도 오대산에서 함께 자랍니다. 단풍나무과의 나무만 해도 여러 종류가 한데 어울려 사는 셈입니다. 그러니 오대산 단풍이 아름다울 수밖에요. 모두 잎의 모양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니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단풍나무는 잎이 7~11갈래로 많이 갈라진다
    고로쇠나무는 잎이 5~7갈래로 적게 갈라진다
    산겨릅나무는 잎이 오각형에 가깝다
    복자기의 잎은 3출엽이고 각각의 작은잎에 톱니가 2~4개로 적다



    복장나무의 잎은 3출엽이고 각각의 작은잎에 자잘한 톱니가 많다
    잎이 7~11갈래로 많이 갈라지면 당단풍나무, 5~7갈래로 적게 갈라지면 고로쇠나무입니다. 산겨릅나무의 잎은 오각형에 가까워서 제일 쉽습니다. 작은잎이 3개씩 달리는 3출엽을 가진 건 복자기 아니면 복장나무입니다.

    작은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2~4개 정도 있으면 복자기, 둔한 톱니가 여러 개 있으면 복장나무입니다. 오대산에서 복자기는 보지 못한 것 같으니 어지간하면 아마 복장나무일 겁니다. 식물이 이렇게 쉽습니다. 다만, 오대산이 좀 멀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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