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페북 등 IT 거물 50명 초청 "공짜밥 아니에요"

조선일보
  • 양지혜 기자
    입력 2018.05.25 03:05

    점심 대접하며 '프랑스 세일즈' 그 자리에서 투자 13건 받아내
    페북, 인공지능 연구용 서버 제공… IBM은 IT분야 1800명 채용키로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도 참석

    "공짜 점심 아니니까, 몇 개씩 (투자) 약속들을 하세요."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계단 앞.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 세계 IT(정보기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사진 촬영을 하다가 뼈 있는 농담을 던지자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글로벌 IT 대기업 CEO 50명을 초청해 '테크 포 굿(Tech for Good)' 행사를 열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 등 실리콘 밸리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가 참석했다.

    ◇마크롱의 점심 세일즈

    마크롱 대통령은 '주식회사 프랑스의 대표이사'로 변신해 경영자들에게 "프랑스에 투자하라"고 설득했다. 그는 "여러분이 디지털 경제에 무임승차를 해선 안 된다"며 "불평등과 기후변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유럽에서 버는 수익에 대한 과세 방안, 개인 정보 보호, 가짜 뉴스 방지책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앞줄 왼쪽에서 셋째)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대통령궁)에서 ‘테크 포 굿’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빌 맥더못 CEO, 미국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CEO, 마크롱 대통령,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마뉘엘 마크롱(앞줄 왼쪽에서 셋째)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대통령궁)에서 ‘테크 포 굿’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빌 맥더못 CEO, 미국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CEO, 마크롱 대통령,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로이터 연합뉴스

    대통령의 러브콜에 글로벌 기업들도 화답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발표된 약속만 13건이다. IBM은 앞으로 2년간 프랑스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분산 저장), 클라우드 컴퓨팅(가상 서버 관리) 분야에서 18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MS는 올해 AI 전문가 100명을 프랑스에서 뽑고 3년간 3000만달러(약 324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5년간 1억달러(약 1080억원)를 들여 프랑스 IT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지원책을 내놓았고, 페이스북은 2022년까지 AI 연구용 서버 40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글로벌 경영자들을 초청해 '프랑스 세일즈'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IT·금융·유통 등 글로벌 CEO 140명을 베르사유궁으로 초대해 '프랑스를 선택하세요(Choose France)' 콘퍼런스를, 지난 3월엔 'AI 휴머니티 서밋'을 열었다. 이 행사들을 통해 구글은 파리에 AI 센터를 신규 설립하고 프랑스 주요 도시에 기술 센터 4곳을 열기로 했다.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세일즈포스는 앞으로 5년간 프랑스에 22억달러(약 2조3750억원)를 투자하고, 유럽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SAP도 5년간 프랑스에 20억유로(약 2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일본 후지쓰도 프랑스에 유럽 AI 연구 거점을 세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월 행사 한 번에 마크롱 대통령이 유치한 투자 금액이 41억달러(약 4조4240억원), 일자리 창출 규모는 2200명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체질 뜯어고치는 마크롱 효과

    투자 은행가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친(親)기업, 친기술'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스마트폰 2대를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찍은 사진을 공식 프로필 사진으로 쓸 정도로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파리의 13구에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타시옹 F'를 개관했고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100억유로(약 12조6300억원) 규모의 벤처·스타트업 육성 기금도 마련했다. 해외 IT 기업의 임직원과 투자자들의 프랑스 입국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 테크 비자'까지 마련했다. 유럽 최고 수준인 법인세(33%)도 2022년까지 25%로 낮출 예정이다. 최근 프랑스를 방문했던 한 기업인은 "프랑스가 유럽 창업의 메카가 됐다"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프랑스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AI는 기술과 경제·사회·윤리 등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혁명으로 프랑스가 미국·중국을 뛰어넘는 AI 최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AI 연구에 5년간 15억유로(약 2조원)를 투입하고 공공 데이터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회계컨설팅기업 언스트앤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IT를 말할 때 아무도 프랑스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투자 의지를 불태우자 나라 전역에 스타트업 붐이 생기는 '마크롱 효과'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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