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 자유자재로 바꿔 광통신 소자 한계 넘는다

조선비즈
  • 김민수 기자
    입력 2018.05.15 13:16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물질은 빛이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정보를 전달하는 게 광통신이다. 그러나 빛을 전환한 전기신호를 처리하는 전자소자의 속도에 한계가 있다. 정보 처리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발열에 의해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의 김튼튼(사진) 연구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물질과 그래핀을 접합해 빛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가 다시 빠르게 만드는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민범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느려진 빛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차세대 광통신 소자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신호로 처리되는 빛의 속도를 느리게 하면 원활한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김튼튼 교수는 “자동차(빛)가 고속도로(광섬유)에서 달리던 속도로 도심(빛에서 전기신호)으로 들어와 신호등(소자, 회로)을 통해 분배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속도가 빠르면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며 “자동차 운전시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속도를 늦춰야 처리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빛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데 활용한 물리적 현상은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이다. 이는 강한 빛을 물질에 쬐어 물질의 굴절률 상태가 변할 때 다른 빛인 제어빛을 같은 방향으로 쏴주면 그 빛이 물질에 흡수돼 투과할 수 없던 빛이 물질을 바로 통과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물질의 굴절 변화율이 커지면서 빛의 속도가 느려지는 원리를 이용한다.

    하지만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구현하는 데 극저온 환경과 강한 세기의 제어빛, 복잡한 실험환경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구현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구현하기 위해 이른바 ‘투명망토’ 구현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타물질’을 설계해 소자를 제작했다. 메타물질은 빛의 파장보다 작으면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원자로 물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빛의 속도 조절이 가능한 소자. 메타물질과 고분자 기판, 그래핀으로 구성됐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금으로 만든 뚫린 고리형 구조와 막대구조의 인공원자를 고분자 형태의 기판에 두 층으로 나눠 메타물질을 설계했다. 고리형 구조와 막대구조 사이의 위치를 조절해 물질에 대한 빛의 굴절률을 급격히 바꾸자 빛의 속도가 느려졌다.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매우 얇은 두께의 이 메타물질은 상온에서도 작동하며 강한 세기의 제어빛이 없어도 전자기 유도 투과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느려진 빛을 다시 빠르게 제어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그래핀을 메타물질과 이온젤 사이에 끼워넣고 전압을 걸자 물질의 굴절률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 그래핀에 걸어주는 전압의 세기가 커질수록 빛의 속도가 다시 빨라진 것이다. 메타물질로 빛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가 느려진 빛을 그래핀으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빛의 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김튼튼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구현한 소자는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갖는 빛(테라파)’를 이용하도록 제작됐는데, 테라파는 차세대 초고속·대용량 통신뿐 아니라 이미징 및 분광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화학회지가 발행하는 광학 분야 학술지 ‘ACS포토닉스’에 16일 출판된다. 올 3월부터 5월까지 ACS포토닉스 저널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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