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가동률 9년 만에 최저…3% 성장 경고등

입력 2018.04.30 13:48 | 수정 2018.04.30 15:26

지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였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괜찮은 흐름을 나타냈을 때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후반대를 유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극도로 위축돼 공장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GM 본사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월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비율도 114.2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인 1998년 9월(122.9) 이후 19년 6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이 완료됐으나 판매되지 않고 재고 상태로 분류된 제품의 비율이 사실상 최고치에 달했다는 의미다. 반도체가 주력 상품인 한국 경제에서 재고율이 다소 높은 것은 불가피한 일로 인식됐지만 지난 3월의 경우 통상적인 흐름과는 다른 측면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는 예상되는 주문량에 공급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고를 늘리는 측면이 있지만 지난 3월 재고·출하비율 상승에선 1차 금속 등의 재고가 늘어난 게 눈에 띈다”면서 “최근의 재고율 상승은 자동차·조선 등의 생산 위축, 보호 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철강 등 기반 산업 부진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3월 전(全)산업생산,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증가율 등이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제조업 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가 자신하는 올해 3%대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생산지표 줄줄이 ‘마이너스’…반도체 투자도 둔화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8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2%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율은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만에 가장 컸다. 전년동월비로도 1.0% 줄었다.

생산지표 부진의 주된 요인은 광공업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올해들어 두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광공업생산은 지난달 2.5% 감소했다. 지난해 2월(-3.0%) 이후 1년 1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특히 자동차(-3.7%), 기계장비(-4.3%) 등이 부진했다. 광공업생산은 전년동월비로도 4.3% 줄었다. 자동차(-12.5%), 금속가공(-13.8%) 등이 부진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한국GM 사태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제조업 경기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전월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한 70.3%에 그친 것은 이 때문이다. 한 국책 경제 연구원 관계자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한국GM의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되면서 협력업체들의 조업이 중단된 여파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 회복세를 지탱해온 반도체 등의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3월 설비투자는 7.8% 급감하며 6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감소율도 지난 2016년 7월(-8.3%) 이후 1년8개월만에 가장 컸다. 설비투자 증가세를 주도했던 반도체 투자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일평균 반도체 제조용기계 수입액이 지난 2월 9570만달러에서 3월에는 8420만달러로 둔화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국내 기계 수주는 지난 2, 3월 모두 각각 9.4%, 5.9% 감소(전년동월비)해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투자 증가세가 꺾일 경우 생산·투자 부문의 활력이 당초 기대보다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주력산업 경쟁력 확충에 매진해야

다만 제조업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과 소비 관련 지표는 괜찮은 모습을 나타냈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 등의 부진(-1.8%)에도 도소매(1.3%)와 숙박·음식업(4.8%) 등에서 늘어 전월에 비해 0.4%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도 2.3% 증가했다.

소비 경기 회복 강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7% 늘어 석달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6.6%,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5.5% 각각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화장품 등 비내구재(3.7%), 가전제품 등 내구재(9.4%), 의복 등 준내구재(12.0%) 판매가 모두 늘어 7.0%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조업 경기가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등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당초 예상했던 3% 성장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비스업과 소비 등 내수 부문의 반등세가 국내 경제 전체의 회복세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동안 올해 1월 한차례(1.8%)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잇따르는 친노동정책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제조업체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주력산업이 세계 경제의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라며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이 한국 경제에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산업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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