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가상화폐공개) 허용해야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2018 미래금융포럼 4세션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ICO를 원하는 국내 기업들이 싱가폴이나 스위스 등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캠(SCAM·사기성 가상화폐)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규제는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ICO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화 다크매터 CEO는 4세션 주제발표에서 “ICO는 기업이 다른 통화를 얻기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이라며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존 기업들도 VC(벤처캐피털)나 IPO(기업공개) 등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CEO는 “지난해 전세계 톱10 ICO 업체들은 각각 1억달러 이상, 총 17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며 “다만 이 중 일부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ICO 규제 움직임도 많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ICO와 관련된 각국 규제들을 비롯해 회계, 감사 등 고객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거나 유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은 ICO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며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등 ICO 투명성을 강구하고 투자자와 기업 등 모두가 보호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안이 마련돼야 ICO 시장이 성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CO를 진행 중인 데이비드 서 직토 CEO는 “금융당국이 ICO를 금지하겠다는 뉘앙스를 펼치면서 한국에서 목소리를 내 ICO를 한다고 하면 죄인이 되는 것 같아 해외로 겉돌 수 밖에 없었다”며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도 수면 아래에서 ICO를 준비하고 있어 해외에 나가면 다 만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ICO가 쉽지 않다 보니 ICO를 진행할 수 있는 로펌이나 스마트 계약관련 업체 등이 많지 않다”며 “ICO를 원하는 국내 회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업체들을 찾아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ICO를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규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대한민국이 언제 기술, 금융 분야에서 패권을 잡아본 적이 있었냐”고 반문했다.
이날 ICO 일정을 마무리한 손우람 리얼리티리플렉션 대표도 “은행에서 가상화폐나 ICO 관련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은행계좌도 안 만들어주고 송금도 안해줘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싱가폴에 가서 ICO를 했다”며 “ICO 이후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할텐데 열심히 노력해 만들어낸 산출물을 굳이 해외 법인 소속으로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람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면서 드는 비용이나 시간이 상당하다”며 “ICO를 제도화해서 다단계는 막되 좋은 ICO는 육성하는 현명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VC업계도 ICO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종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미국 기업 상황을 살펴보면 ICO를 통해 투자받은 금액(4조8000억원)이 VC(1조4000억원)로부터 유치한 자금의 3.4배”라며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이제는 스타트업들이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보다는 ICO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서 무분별한 ICO에 대한 규제 명분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규제 보다는 선별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비상장사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VC에도 ICO 투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코인 스펙이나 백서를 봐도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우리 같은 투자사는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VC에 한해서라도 ICO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O 투자 이후 회사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기업들이 ICO 할 때는 백서도 내고 열심히 홍보하지만 ICO가 마무리 되면 개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알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주식 같은 경우 기업체의 중요 사항은 공시하도록 하는데 ICO는 그런 수단이 없기 때문에 기업에 나쁜놈이 있다면 이른바 ‘먹튀’가 가능하다”며 “회사가 정말 개발에 필요한 예산에 맞춰 ICO를 하고 해당 금액을 잘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