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약품 특허 장벽 허물고 제네릭(복제약)으로 가격 경쟁 시켜야”

입력 2018.04.03 19:09 | 수정 2018.04.04 13:33


“전 세계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매년 약 100만명, 하루 평균 2500명의 아동이 ‘폐렴’으로 사망합니다. 치료제(약)는 있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죠. 이러한 필수 의약품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특허 장벽을 허물고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시장 진출로 가격 경쟁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탈리 에르놀(Nathalie Ernoult)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정책국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조현정 인턴기자

나탈리 에르놀(Nathalie Ernoult)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정책국장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필수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 가장 좋고, 특허가 독점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전염병, 의료 접근성 부족, 자연재해 등 위기에 처한 7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의료 인도주의단체다.

이날 나탈리 국장은 경쟁을 가로막아 가격 안정화를 제한하는 ‘특허 장벽’을 지적했다. 나탈리 국장은 “필수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한계에 ‘특허 문제’가 있다”며 “신약을 출시한 제약사들이 무리하게 특허를 내면서 후속 백신 제조사의 백신 개발에 한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폐렴을 예방하는 폐렴구균 백신 PCV 독점을 들었다. 나탈리 국장은 “화이자가 제조하는 폐렴구균 백신 ‘PCV-13’, GSK PCV-10은 최고가 백신(2월 기준 약 420달러, 약 44만원) 에 속하며, 특허 독점으로 인해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사인 SK케미칼 역시 화이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배하면서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SK케미칼을 상대로 특허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했다.

나탈리 국장은 “현재 백신 개발 경쟁을 막고 있는 화이자의 특허는 기술적 이점, 근거가 부족해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면서 “특허가 독점되지 않아야 여러 나라에서 이 백신을 사용할 수 있고 시장에서 SK케미칼 같은 (후발) 경쟁사들이 들어와야 의약품 비싼 가격이 더욱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출과 가격 경쟁을 도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등장과 후천면역결핍증후군(HIV/AIDS) 치료제를 예로 들었다.

나탈리 국장은 “에이즈를 치료받는 환자는 2001년 10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그 수가 2090만명까지 늘어났다”며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배경에는 가격 경쟁이 있었으며, 제네릭 의약품 경쟁이 가격의 판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의약품의 등장으로 제약회사 간 가격 경쟁이 발생해 치료제 가격이 내려갔고, 공급이 활성화됐다”면서 “이에 따라 2005년보다 현재 에이즈 관련 사망률이 4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나탈리 국장은 “의약품은 원가가 비싸서 고가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가격 협상이 필요하나 가격 협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제약사 간) 가격 경쟁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이 개발을 포기하거나 공급이 불안정한 의약품 문제를 국가의 공적 개입과 국제적 공조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나탈리 국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특성상 영리성이 낮은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의약품 연구개발(R&D) 시스템으로는 접근성 향상이 힘들다”면서 “저소득·고소득 국가 모두 모든 의약품 R&D 정책에서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금 투자로 공익적 수익을 추구하는 대안적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금으로 운영되는 R&D는 공공의 필요와 국제 사회의 수요를 우선순위로 하고 기금 지원 기준에 목표 가격을 설정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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