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였던 금호타이어가 부도와 법정관리 위기를 맞고 해외매각까지 추진하게 된 이유는 2006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건설 인수에 6조원이 넘는 돈을 낸 금호그룹은 2년 뒤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금호그룹은 산업은행을 찾아가게 된다. 2010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워크아웃 돌입 직후 금호가 오너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간의 갈등이 시작돼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는다.
금호타이어(073240)는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보유하게 됐으며, 주요 주주는 우리은행(지분율 14.2%), 산업은행(13.5%), 국민은행(4.2%) 등이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으로부터 받는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다. 그러나 워크아웃 졸업은 또 다른 분란의 시작이었다.
① 워크아웃 졸업과 더블스타의 등장
2016년 2월 채권단은 지분매각 공고를 냈다. 같은 해 11월 예비입찰을 받았다. 처음 분위기는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실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000억원대를 유지하던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은 2012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30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다른 그룹사들도 박삼구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금호타이어 입찰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더블스타의 등장으로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은 있었지만 돈이 없었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온전히 개인 자격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박 회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인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지만, 돈을 빌려준다는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② 장기화된 인수전...서서히 망가져간 금호타이어
박삼구 회장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더블스타가 써낸 가격(9550억원)과 조건으로 금호타이어를 되사갈지를 채권단에 밝혀야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자금조달은 쉽지 않았다.
당시 박 회장은 “더블스타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사는데, (우선 매수권자는 왜) 컨소시엄 구성을 못 하게 하느냐”며 채권단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사람이 컨소시엄까지 구성하게 되면, 공개 매각 자체가 의미가 없다. 상대방의 가격을 보고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우선매수권을 갖은 쪽이 무조건 이기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전략은 성공하는 듯했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중국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게 통째로 매각하는 게 온당한가에 대한 여론도 일었다.
그러나 결국 돈이 없는 게 문제였다. 마지막에는 금호타이어 상표권까지 거론했다. 산업은행이 금호 상표권을 가진 금호산업에 "더블스타에 20년간 0.2% 요율로 상표권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자, 금호산업이 "0.5%를 달라"며 역제안한 데 이어, 더블스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의 상표권 관련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만 한 것이다.
③ 더블매각 저지했지만, 결국 중국공장이 문제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1년 가까이 더블스타와 박삼구 회장의 싸움이 지속되면서 회사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는 수직 하락했다. 2015년 1360억원, 2016년 1201억원이었던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5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016년 379억원에서 지난해 886억원으로 133.8% 증가했다.
금호타이어의 국내 공장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한 7년 동안 흑자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15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한 주범은 중국 공장이다.
중국 공장은 전체 생산능력의 36%를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장이지만 중국 내수 판매가 급감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의 금융사들은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에 7500억원가량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결국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부담되지 않도록 즉시 퇴진하는 한편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포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 당시 걸림돌이 됐던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서도 박 회장 측이 채권단에 영구사용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경영권은 물론 우선매수권, 상표권까지 포기하며 사실상 모든 것을 채권단에 일임한 셈이다.
④ 해외매각 반대한 강성노조, 벼랑 끝 극적 합의
최근 3년(2015~2017년)간 금호타이어의 누적 적자는 194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3%에 달했다.
금호타이어의 강성노조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금호타이어를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금호타이어 가격은 실제 가치보다 싼 것은 맞다”며 “하지만 강성노조가 힘을 쓰고 있어 섣불리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노조는 해외매각을 이유로 노사 자율협약 자구안에 막판까지 반대했다. 해외매각이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매각이냐' '법정관리 뒤 청산이냐' 갈림길에 섰던 금호타이어는 결국 정부와 청와대의 압박, 그리고 노조 내부의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노조는 채권단과 중국의 더블스타 자본 유치에 전격 합의했다. 30일 자정을 불과 3시간 앞두고 나온 합의였다.
합의가 이뤄진 만큼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정식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간다. 일단 30일이 만기인 1조3000억원의 채권단 채무는 자동으로 연장된다. 채권단은 또 추가 자금을 투입해 내달 2일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270억원)과 회사채(400억원)을 막을 예정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외자유치에 대한 찬반투표를 이르면 31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찬반 결과를 31일 혹은 1일 제출할 예정이며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를 찬성할 경우 채권단은 더블스타와의 6364억원의 자본유치 계약을 종결할 예정이다.
더블스타는 지분 45%를 확보하면서 금호타이어의 1대 주주가 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금호타이어에 신규 자금 2000억원을 설비투자 명목으로 대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