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004690)소액주주가 배당금 증액,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을 제안하며 회사 측과 벌인 표 대결에서 패했다.
삼천리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천리빌딩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에서 3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주당 현금 배당금 6000원 △액면분할 △자사주 49만1620주(지분율12.1%) 소각 안건은 부결됐다.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77.3%가 참석했는데 주당 배당금 6000원 건은 찬성률 14.4%, 액면분할 건은 찬성률 23.7%, 자사주 소각건은 찬성률 25%로 출석주주의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앞서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 등 소액주주는 "지난 몇 년 회사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건의했지만, 회사는 제대로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는 삼천리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 공시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삼천리가 매년 당기순이익을 400억원, 주당 수익 1만1000원을 올렸음에도 지나치게 낮게 이익을 배당해왔다"며 "유통주식수가 부족하고 주당 가격도 높아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액면분할을 요구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배당금은 삼천리가 지난달 8일 공시한대로 주당 3000원으로 가결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삼천리는 당기순이익이 51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4.6% 급감했다. 삼천리ES의 신사업 유기물폐기사업 부진으로 400억의 당기순손실이 반영됐다. 지난해 삼천리 매출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6% 감소한 61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천리는 도시가스업, 발전, 집단에너지, 건설, 엔지니어링에 이어 요식업, 수입차 판매까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찬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실적 부진과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구심을 묻는 주주 질문에 “수년간 핵심사업인 도시가스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에 역량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를 공급하는 도시가스 난방사업이 얼마나 성장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전율과 수익성이 높은 생활, 문화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이라며 “올해부터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폐기물사업 또한 인허가 사업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영진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이메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다는 주주에게는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갖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분율이 1%가 되지 않아 주주총회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건의에는 “정관에 1% 이상 주주들에게만 초대장을 보내야한다고 정해져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주주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방향으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천리그룹은 창업자인 고 이장균 회장과 고 유성연 회장이 공동 설립한 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세인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회장 일가도 동일한 지분을 소유, 동업 체제를 이어받았다. 이 명예회장 집안은 삼천리 계열을, 유 회장 집안은 삼탄 계열을 경영하고 있다. 3세 중에서는 이만득 회장의 조카인 이은백 부사장이 미주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이은선 상무는 이만득 명예회장의 세 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천리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2세인 이만득 명예회장과·유상득 회장 일가로 각각 16.18%씩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이만득 명예회장이 8.34%, 이은백 부사장이 7.84%, 유상덕 삼탄 회장이 12.3%, 유상덕 회장의 누나인 유혜숙씨가 3.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율은 32.48%다.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는 9.39%, 신영자산운용이 6.45%이 주요 주주다.
삼천리 주총에서 외국계 주주와 소액주주가 합심해 회사 안건에 제동을 건 것은 6년만이다. 지난 2012년 외국계 헐터홀투자자산운용을 포함한 소액주주는 “회사가 성장함에도 주주환원 정책이 미진하다”며 삼천리에 대표이사 해임, 이사 선임, 유상 감자, 배당금 1만원으로 증액 등의 주주제안을 했다. 하지만, 표대결에서 회사측이 승리하며 주주제안은 무산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천리가 지나치게 가족 폐쇄형, 보수적 경영을 펼치고 있고 신사업에서 성과를 잘 못내고 있어 소액주주들이 직접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