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철(前轍) 답습하는 부동산 정책

입력 2018.03.21 10:00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견본주택 현장은 말 그대로 난리였다. 사흘간 4만3000명이 방문했고, 시공사는 견본주택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초유의 요청까지 했다. 신혼부부와 기관추천, 다자녀 등만 청약 가능한 특별공급에는 458가구 모집에 1000명이 넘게 몰려 자정 넘게 접수가 이어졌다. 청약하려고 해도 자격이 안 되거나 도저히 자금을 구하지 못해 도중에 포기한 사람만 300명이 나왔다고 한다.

이 야단법석의 원인은 정부 규제로 시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신규 단지 분양가를 최근 공급된 주변 단지 분양가 수준으로 막자 당연히 이 아파트에 붙은 웃돈 만큼 신규단지 시세도 오를 것이라고 확신한 수요자들이 달려드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이를 통해 정부가 이번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리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30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결국 주택시장은 폭등했고, 이명박 정권 당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주변과 비교해 낮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에 몇년이 지나고 나서 시세가 크게 오르며 로또 주택이 돼버렸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르거나 주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집이 공급되면 시장은 여지없이 정부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부는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하나로 시장 전체 분위기를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어질 강남 재건축 단지에도 이번 디에이치자이개포와 비슷한 일이 잇따라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노무현 정부 시즌2’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정권 초부터 부동산 규제를 쏟아부은 것도 그렇지만, 풍선 효과와 양극화가 극심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와 우려에도 정부는 일관되게 ‘강남 누르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참여정부 시절 나타났던 부작용도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를 로또 아파트로 만든 것도 문제지만, 이런 기회가 현금 10억원 정도는 아파트 청약에 쏠 수 있는 부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형평성과 양극화 문제도 정부 스스로 만들었다. 인위적인 시장 통제에 따른 결과가 어떨지는 이미 참여정부에서 겪어 짐작이 간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을 설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의 실세로 통하는 고위 인사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이번 정부에선 두 번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도 어째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실패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그 결과가 우려와 다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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