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재건축과 투기만 잡으면 성공한 부동산 정책일까

입력 2018.03.19 06:00


집값 상승이 일단은 주춤한 듯하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3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12주 만에 보합권에 접어들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무서운 기세로 오르던 강남권 아파트도 0.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4월이 되기 전에 사는 집이 아니면 다 파시라”며 부동산 억제책을 쏟아낸 정부 공세가 통한 것인지, 그동안 너무 크게 오른 탓에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한쪽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는 오를 것이고, 인구는 줄 것이며, 지난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부추긴 탓에 공급도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는 “서울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미분양이 쌓이고 할인분양까지 나오는 것은 지방의 이야기일 뿐, 서울의 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확히 말하면 입지가 좋은 곳에 있으면서 깨끗한 이른바 ‘괜찮은 집’이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구매력 있는 중산층 이상이 원하는 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 정부의 시각은 어떨까. 정부는 지금까지 집값 상승 원인으로 ‘투기’와 ‘재건축’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재건축에 투기 수요가 몰려 값이 오르고 주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집값 상승의 원흉인 재건축과 투기를 잡으면 집값도 잡힐 거라는 시각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실수요자의 ‘신축’ 선호 현상을 지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도 미래의 ‘신축’이라 함께 올랐다는 분석에 더 무게를 둔다.

결국 재건축 투기꾼이 집값을 올린 것인지 실수요자가 주도한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처방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실수요의 바로미터로 주목하는 것은 서울, 특히 강남권의 청약 시장이다. 정부가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중도금 대출도 막아놓은 데다 위장전입 여부까지 조사하겠다고 나오는 마당에 여기서 투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강남은 투기지역이라 1주택자라도 실거주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양도소득세 폭탄도 각오해야 한다.

좋은 예가 최근에 있었다. 지난 16일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는 문을 열기도 전부터 새벽부터 수천 명이 줄을 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이 단지는 강남권에 드물게 나온 대규모 신축 아파트다. 정부의 분양가 상승 억제로 근처 다른 집보다 싸게 분양하는 탓에 ‘로또’라고 인식된 영향도 있지만, 배후에 든든한 실수요가 없다면 이런 줄서기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중산층 이상의 실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재건축을 틀어막는 것이 과연 능사인지, 고밀도 개발은 계속 제한돼야 할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는 더 이상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다. 정부는 이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부활시켰고, 다른 공공 기여를 받아낼 수단도 여럿 들고 있다. 그렇다면 재건축 부지에 굳이 집을 더 짓지 말라고 압박만 할 필요가 있을까. 고층으로 지어 공급가구수를 늘리는 대신 정부가 돈이나 땅, 집으로 초과 이익을 환수하면 이는 주거복지 재원 등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 균형을 맞추는 효과까지 일석이조다.

정부는 또 교통망 확충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광역교통망 등을 확충해 강남 못지않은 입지 조건을 여럿 만들면 서울과 강남만 원하는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강남이 강북보다 비싼 이유 중 하나가 교통망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강남에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데다 각종 도로 연결성도 강북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수년 전부터 예산안을 편성할 때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인 것을 자랑으로 삼을 정도로 SOC 투자에 인색하다. 강남에 돈을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강북과 수도권의 교통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돈을 쓰라는 얘기다.

투기를 근절하자는 정부 기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도 집값 상승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강남에 집 한 채를 가진 사람도 자녀를 생각하면 집값은 적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투기를 잡는 것에만 열중하며 당장 오늘 집값 상승을 막는 것에 시야를 고정한다면, 주택 시장은 언제든 집값 앙등과 수급불균형 문제로 골치가 썩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서울 주요 지역의 집은 계속 낡아 가고, 양질의 집은 줄고 있다. 양질의 주택으로 통하는 문이 좁아질수록 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부동산은 경제의 논리로 봐야지, 정치·정파의 논리나 이분법적 사회계층 논리로 보는 순간 왜곡되고 걷잡을 수 없는 돌연변이가 된다. 정부도 이제 부동산 시장을 경제 논리로 볼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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