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이이이잉~탕!”

입춘 한파가 주춤했던 8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Assembly Complex).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이 소리는 7~8명의 엔지니어가 올해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체 실제 비행모델(FM) ‘엔진지지부(ESS, Engine Support Structure)’의 압력을 테스트하는 소리였다. 엔진지지부는 발사체를 똑바로 세웠을 때 가장 아래쪽에 자리하는 엔진과 발사체 본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엔진지지부를 테스트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시험발사체 FM 옆에는 FM과 똑같이 설계된 시험발사체 인증모델(QM)이 길이 26m, 직경 2.6m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현재 조립이 100% 완료된 QM은 실제 발사되는 FM 발사 전 엔진 연소, 추력 등 추진 관련 지상 테스트 모델이다.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5년 9개월만인 2018년 10월 말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체 발사 준비는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 시험발사체 비행모델 첫 공개...축적된 노하우로 순조로운 준비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체는 설계와 제작, 시험, 조립, 발사운용 등 우주로켓 발사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발사하는 첫 로켓이다. 2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나로호 발사 과정을 경험하며 축적된 노하우가 고스란히 한국형 발사체에 담겼다.

이창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은 “75톤급 엔진 1기가 들어가는 시험발사체 QM 지상시험이 3월부터 시작된다”며 “QM과 똑같이 설계되는 실제 시험발사체 FM 조립은 1월부터 시작됐으며 엔진과 연료 탱크, 산화제 탱크 등 주요 부품은 이미 완성돼 조립동에 입고됐다”고 말했다.

조립이 완성된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체 QM모델.

75톤급 엔진 1기로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체는 고도 약 177km까지 비행을 목표로 설계됐다. 총 무게는 약 53톤으로 상단에는 약 8톤에 해당하는 쇳덩어리가 탑재된다. 이창배 연구원은 “실제로는 177km 이상 올라갈 수 있지만 177km만으로 시험발사체 성능은 충분히 확인되기 때문에 무거운 물질을 탑재해 비행 고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발사체는 1.5톤급의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올려놓는 게 목표다. 시험발사체에 사용되는 75톤급 엔진 4개를 묶은 300톤급 엔진을 1단 엔진으로 사용한다. 2단은 75톤급 엔진 1기로, 3단은 7톤급 엔진 1기로 구성된 총 3단 로켓이다. 2021년 2월과 10월 두 차례 발사될 예정이다.

이미 완성돼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 입고된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체 FM 부분품. 이 부분품들이 조립되면 실제로 발사되는 시험발사체가 완성된다.

이창배 연구원은 “한국형 발사체는 엔진과 연소시험, 설계, 조립, 비행시험, 발사운용 등을 순수한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첫 우주로켓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미로 같은 QM 시험설비·발사대 지하...“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3월부터 시작되는 시험발사체 QM 최종 시험은 종합조립동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한국형발사체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에서 진행된다. 1스탠드와 2스탠드로 구성된 시험설비는 실제 발사와 동일한 조건을 갖췄다. 높이 43m에 달하는 1스탠드는 300톤급의 한국형 발사체 1단엔진 QM을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1스탠드보다 작은 규모인 2스탠드는 시험발사체 QM과 한국형 발사체 2·3단 엔진 시험이 가능하다.

멀리서 바라본 한국형 발사체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왼쪽이 1스탠드, 오른쪽이 2스탠드다.

시험발사체는 이곳에서 QM 시험이 문제없이 끝나면 QM과 동일한 FM으로 실제 시험발사에 나서게 된다. 조립동에서 QM 이송과 추진제·연료 충전, 엔진 연소, 추력 테스트 등 실제 발사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성능 검증이 이뤄진다.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3월부터 시험발사체 QM 모델을 이곳으로 이송해 엔진 운용이 정상적으로 가능한지, 발사체 추력이 적합하게 나오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을 따라 시험설비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한국형 발사체 엔진 연료인 케로신(JetA-1, 등유의 일종)과 산화제(액체산소) 저장 시설, 질소·헬륨·고압 공기 등 발사에 필요한 물질들이 주입되는 배관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한국형발사체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 지하 내부 모습. 복잡한 배관이 복층으로 얽혀 있다.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약 11톤의 케로신과 23톤의 액체산소가 약 1대2의 혼합비율로 발사체에 있는 각 탱크에 채워진다. 문제는 연료와 산화가 주입되는 동안 온도가 높아지면 연료 부피와 밀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배관을 이중진공단열 구조로 만들고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를 연료탱크 주변에 공급한다. 발사 일정이 정해지면 이 모든 과정이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조기주 팀장은 “케로신, 액체산소, 액체질소 외에도 QM 시험설비 지하에는 헬륨과 질소, 고압공기 배관들도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며 “헬륨은 각종 배관의 밸브를 제어하는 역할을, 질소는 배관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수증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험설비 건물 지하에서 본 설비 시설은 발사대 지하에도 거의 유사한 형태로 구성됐다. 시험발사체 발사는 나로호 발사대의 80%를 재활용한다.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는 현재 나로호 발사대 바로 옆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전체 공정률은 약 30% 내외로 토목 공정률은 50%에 달한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바다와 가까운 쪽이 나로호 발사대로 올해 10월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안쪽에 골재가 쌓여있는 곳이 한국형 발사체 본 발사가 이뤄지는 발사대 공사 현장이다.

강선일 항우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팀장은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는 45m 높이의 타워를 구축, 활용할 것”이라며 “2단, 3단 엔진이나 상단 탑재체 등에 접근해 배관 연결 상태 등을 점검하는 용도로 타워가 활용된다”고 밝혔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모든 과정을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기 어려운 작업들을 경험을 통해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 예정된 시험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