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최고의 황제주(皇帝株)인 삼성전자 주식이 50대1로 액면 분할된다. 액면 분할이 이뤄지면 현재 250만원 수준인 삼성전자 주식 1주는 5만원짜리 주식 50주로 바뀌게 되고, 1억4000만주 정도인 발행 주식 수는 70억주까지 늘어난다. 일반인은 사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발행 주식의 1주당 액면 가액을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고 발행 주식 수를 50배로 늘리는 주식 액면 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액면 분할은 3월2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확정된다. 이후 주식 교환 절차 등을 거쳐 5월 16일 분할된 주식으로 재상장할 계획이다. 노희찬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가가 너무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 부담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면서 "액면 분할이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해왔다. 작년 자사주 매입으로 9조2000억원을 썼고, 작년 성과에 대한 현금 배당도 5조8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보통주 1주당 2만1500원, 우선주 2만155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하지만 주가가 250만원대로 급등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은 이런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외국인이 53%, 기관이 17%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조치"라며 "다만 호실적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식 분할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호황으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5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2014년 이후 최대인 11조8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전 액면 분할 발표 직후 8% 이상 급등하며 장중 한때 270만원을 넘어섰지만 오후 들어 하락하며 전날보다 0.2% 오른 249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