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신규유입無·‘김프’실종...가상화폐 투자자, 국내 거래소 떠난다

조선비즈
  • 이승주 기자
    입력 2018.01.30 06:05

    거래량 1위 거래소 업비트에서 홍콩 바이낸스로 변동

    직장인 김윤기(30)씨는 최근 업비트 거래소에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홍콩 바이낸스 거래소로 옮겼다. 김씨는 “가상화폐 가격이 많이 떨어져 손절매 여부를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국내 가상화폐 시장엔 앞으로도 호재보단 악재가 많을 것 같아 과감히 외국 거래소로 옮겼다”며 “악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 외에도 한국어 버전을 지원하고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 종류도 많아 아직까지는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로 옮겨 투자하고 있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우려와 자금 신규 유입 부재, '김치 프리미엄(가상화폐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높은 가격에 유통되는 현상)' 실종 등을 이유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떠나고 있다.

    ◆ 가상화폐 일 평균 거래량 최대 70% 줄어

    29일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가상화폐 거래량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최대 70% 줄었다. 빗썸 거래소의 경우 가상화폐 별로 차이가 있지만,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이달 거래량은 지난달의 30% 수준에 머물렀다. 모네로 거래량도 지난달의 50% 수준이다. 업비트도 12월에는 일 평균 6조~8조원이 거래됐지만 1월에는 3조~5조원 규모로 거래량이 줄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완전히 죽으면서 전반적으로 가상화폐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며 “관련 데이터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이 외국 거래소로 이전한 것 역시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거래량이 한참 많았던 지난달에 비해 이달에는 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거래량에는 매수·매도량이 다 포함돼 있어 거래량만 보고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고객 다수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량 1위 거래소도 한국의 업비트에서 홍콩의 바이낸스로 바뀌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량을 집계하는 코인마켓캡과 코인힐스에 따르면 24시간 기준 거래량 1위 거래소는 바이낸스다. 29일 오후 4시 35분 코인마켓캡 기준 바이낸스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2조3755억원(22억2530만달러)으로 업비트(2조1580억원·20억2150만달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코인힐스 기준으로도 바이낸스 거래소가 1위 업비트가 2위 빗썸이 3위다.
    업비트는 코인힐스에 정보를 제공한 1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전 세계 거래소 거래량 1위를 지켰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면서 국내 거래소 거래량은 감소한 반면, 바이낸스 거래소는 일시 중단했던 신규 가입을 재개하면서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 규제·자금 유입 無·’김프’ 실종에 국내 거래소 떠나는 투자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당분간 시장에 신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하고 은행들의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계좌 개설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들은 기존 투자자가 아닌 신규 투자자에 대한 신규 계좌를 개설해 주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부정적인 정부의 눈치를 본 결과이지만 언제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신규 가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조선DB
    가상화폐 가격은 사실상 수요와 공급만으로 결정된다. 신규 자금이 유입돼야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가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는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가상화폐 투자자 성모(29)씨는 “지금 국내 가상화폐 거래 시장은 빠질 자금은 다 빠지고 남은 사람들끼리 소위 '단타치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이탈한 중국 세력들이 바이낸스 거래소로 옮겨와 펌핑(가상화폐 시세를 끌어올리는 것)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언제 정부가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할 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간 가상화폐 가격은 정부가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할 때마다 크게 출렁였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규제가 나올 때마다 가상화폐 시세가 출렁이는 국내보다는 해외 거래소에서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해외 거래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치 프리미엄(김프)’이 5~6%대까지 줄어들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해외거래소 행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김치 프리미엄이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국내외 시세 차이가 컸지만 이날 비트코인 시세 기준 김치 프리미엄은 6%대에 불과하다.

    그간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옮기는 것을 꺼렸다. 김치 프리미엄이 극심했을 때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면 시세 차이만큼 손실을 보는 데다 외국에서 더 큰 이익을 거둬도 한국으로 가상화폐를 옮겨 현금화할 경우 김치 프리미엄이 빠지면 외국에서 거둔 이익이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간 가상화폐 시세 차이도 크지 않고, 해외 시장의 투심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로 투자처를 옮긴 임창현(34)씨는 “김치 프리미엄이 빠질만큼 빠져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도 큰 무리는 없겠다고 판단해 거래소를 옮겼다”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살아나 ‘김프’가 올라오면 그 때 다시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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