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과장들 4개국 보내 가상화폐 과세 살피는 중

조선일보
  • 김태근 기자
    입력 2018.01.26 03:17

    [겉으론 "결정된 바 없다"지만… 내부적으로는 "소득세 부과"]

    "투기 소지 다분한 가상화폐, 거래세 부과는 타당하지 않아"
    법 규정 없어 당장 과세 못 해… 새 법안 만들고 국회통과 후 시행
    실제 과세는 내년 이후 될 가능성

    이용주 기획재정부 세제실 과장과 같은 과 직원 서너 명은 이번 주 내내 일본 도쿄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 재무부가 가상 화폐에 대해 어떻게 과세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재부 세제실 다른 과장들도 각각 미국, 영국, 독일로 떠나 가상 화폐 과세 실태를 파악 중이다.

    정부는 겉으로는 가상 화폐 과세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과세 기준과 세율·과세 시기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만 남겨놓고 있는데, 선진국 사례를 검토하기 위해 실무 간부들을 해외로 파견한 것이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상 화폐 과세에 대한) 정부 측 안을 가급적 빨리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가상 화폐 과세 계획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2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 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에서 한 투자자가 가상 화폐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달 초 대표적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25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 행진을 하던 가상 화폐 가격은 정부의 잇단 규제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 화폐 오프라인 거래소에서 한 투자자가 가상 화폐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이달 초 대표적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25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 행진을 하던 가상 화폐 가격은 정부의 잇단 규제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그래픽=김충민

    ―가상 화폐 과세 방침은 정해진 것인가.

    세금을 매기는 데 이론(異論)이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 정부 기본 방침이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이런 입장이 확고하다.

    ―그럼 왜 당장 과세하지 못하나.

    우리 세법은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가상 화폐는 우리 법 규정에 없다. 부동산도 주식도 상품권도 아니다. 따라서 과세하려면 우선 법에 가상 화폐를 과세 대상으로 추가하거나, 일본처럼 소득만 발생하면 무조건 과세한다는 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세금을 매긴다면 부가가치세, 거래세, 소득세 중에 무엇인가.

    소득세 과세가 유력하다. 우선 부가가치세는 최근 유럽사법재판소에서 가상 화폐의 부가세 과세가 잘못이라고 판결하면서 유럽 주요 국가들도 부가세를 매기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가상 화폐가 가치를 더하는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우리 기재부도 이런 방침이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해 부가세 카드는 접기로 했다. 거래세도 부과 대상이 아니다. 통상 거래세는 주식, 부동산처럼 적법하고 양성화된 상품에 주로 매기는데, 투기 소지가 다분한 가상 화폐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타당하지 않다는 게 정부 내 다수 시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소득세 과세로 기울고 있다.

    ―그럼 세율은 소득세처럼 6~42%인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의 성격별로 다양한 세율을 적용한다. 다주택 보유자처럼 투기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50~60%에 이르는 높은 세율을 매기기도 한다. 또 과세 편의상 이자소득세(15.4%)처럼 단일세율도 적용한다. 세제 당국은 가상 화폐로 올린 수익에 매길 세금이 양도소득세인지, 기타소득세인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기타소득으로 규정될 경우 가상 화폐로 한 해 일정 금액 이상을 벌면 종합소득에 합산돼 최고 42%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올해 안에 과세는 어려운가.

    투자자들이 실제 세금 고지서를 받아드는 것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과세 법안을 만들고, 국회가 이를 통과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세안 발표는 상반기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마음만 먹으면 법안은 3~4월에도 낼 수 있지만, 문제는 과세 방식과 인프라 조성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나 법인세를 거둘 때도 기업·개인이 세금을 신고하고 국세청이 이를 받는 절차를 거치는데, 가상 화폐는 거래 정보가 전혀 없고 이제야 실명제를 도입해 거래 내역을 파악하는 단계다. 세법을 바꿔도, 세금을 매기려면 국세청 등 관계 기관이 준비할 일들이 산더미다. 정부가 "과세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것은 과세 방안보다는 그 후속 조치에 최소 6개월~1년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외국은 이미 세금 걷고 있다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도 과세 원칙만 세웠을 뿐이다. 선진국들조차 구체적으로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해 소득을 계산하고 세금을 매길지에 대한 정보를 이제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다. 기재부 세제실이 이번 주 출장팀을 3~4개씩 꾸려 급파한 것도 과세 정보를 받아보자는 취지다. 일본의 경우 가상 화폐 과세 원칙을 세워놨지만, 막상 실무적으로 정할 항목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