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의 속살, 빛으로 찾는다

입력 2017.11.30 03:00

["행성 전체가 물이면 생명체 불가능"… 우주 생명체 탐색 2.0 시대 열려]

공전주기 이용해 간접 관측
별·행성 모두 보일 때의 빛에서 행성이 가려졌을 때 빛을 빼면
행성에서 나온 빛만 추출 가능
이 빛에서 미생물이 내뿜는 산소·메탄 성분 있는지 확인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난 15일 칠레에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지구에서 11광년(光年) 떨어진 곳에서 생명체가 살 만한 지구형 외계 행성 '로즈 128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무려 9조4600억㎞에 이른다. 어떻게 그 먼 거리에 있는 행성이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이라고 알 수 있을까. 천문학계에서 생명체가 있을 만한 외계 행성을 찾는 새로운 방법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는 물이 있을 곳만 중점적으로 찾았지만, 이제는 실제로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산소와 메탄의 흔적이나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미생물까지 찾는 기술이 등장했다. 우주 생명체 탐색 2.0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다만 있으면 생명체 불가능

외계 행성은 워낙 멀리 있어 우주 망원경으로도 직접 볼 수 없다. 대신 이 행성이 공전(公轉)하는 별은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이 별 표면을 지나가면 망원경에 보이는 빛이 평소와 달라지는 것을 추적했다. 2009년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이 방법으로 35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찾았으며, 그중 30여개가 별과의 거리를 근거로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만한 지구형 행성으로 분류됐다. 로즈 128b는 지구와 태양 거리보다 20배나 가까운 거리에서 별을 돌고 있지만 별의 에너지가 약해 표면에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과학자들은 최근 물만으로는 생명체를 확증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증거를 확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3~17일 미국 와이오밍주 래러미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은 "바다만 있는 외계 행성은 오히려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DNA의 구성 성분인 인(燐)은 육지에 내린 빗물에 씻겨 바다로 전달된다"며 "바닷물만 있으면 인이 없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살 수 없고 산소도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진은 물이 지구보다 50배쯤 많은 행성이라면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우주과학연구소의 엘리자베스 태스커 박사는 이번 대회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면 이제 무조건 물을 찾기보다는 생명체에서 나오는 기체 성분을 직접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전주기 등 활용해 대기 분석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가 내뿜은 산소나 메탄을 찾으려면 대기를 분석해야 한다. 이는 행성의 빛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별에서 나온 빛이 행성에서 나온 빛보다 수억 배나 밝아 관측이 어렵다. 과학자들은 두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먼저 공전주기를 이용한 간접 관측이다. 별과 행성이 같이 보이는 공전주기 때 망원경에 관측된 빛에서, 행성이 별 뒤로 가 보이지 않을 때 나온 빛을 빼면 행성에서 나오는 빛만 뽑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우주 망원경의 성능이 지금보다 좋아야 한다. 2019년 지름 6.5m 반사경을 단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면 외계 행성 탐색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지름이 2.7m이다.

외계 행성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지구에서 태양 표면을 관찰할 때는 망원경에 태양빛을 대부분 가리는 필터를 쓴다. 같은 방법으로 우주 망원경 앞에 별빛을 가리는 일종의 차양을 펼치면 외계 행성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NASA는 2020년대 외계 행성 관측을 위해 '광시야 적외선 탐사 망원경(WFIRST)'를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다. 이 우주 망원경 앞 5만㎞ 지점에 지름이 35~50m 되는 꽃잎 모양의 '별그림자(starshade)'를 펼칠 계획이다.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 있으면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주로 반사하는 파장대의 빛이 나오는지, 미생물이 내뿜는 산소나 메탄 성분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외계 생명체에 인을 공급할 육지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미국UC리버사이드의 스티븐 케인 교수는 2015년 발사된 NASA의 '심우주 기후 관측 위성(DSCOVR)'이 지구를 촬영한 영상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지구 영상의 해상도를 400만 픽셀에서 수 픽셀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우주 망원경으로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했을 때 나오는 영상과 같은 수준이다. 케인 교수는 "수 픽셀 수준이라도 지구와 비교하면 외계 행성에 바다와 육지, 구름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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